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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월 14일이 신경쓰이는 남성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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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변호사이자 한동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두식님이 한 잡지에 게재한 글입니다.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미국 유학 중이던 아내를 돕겠노라고 검찰청에 사표를 내고 전업주부 생활을 시작한지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집안일이 하기 싫어졌다. 아침 먹은 그릇들이 저녁까지 그대로 쌓이는 횟수만큼, 아이 보는 피로와 짜증도 늘어갔다. 아침 일찍 아내와 딸을 연구소와 유치원에 보낸 뒤, 어두운 방에 홀로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 날들도 적잖았다. 그런 나를 몇 주 동안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당신, 요새 주부 우울증인가 봐.\ 듣고 보니 모든 증상이 딱 맞아 떨어졌다. \'자발적으로 가정주부 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주부 우울증이라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엉뚱한 제안을 했다. \여보, 여기 100불(약 12만원)이 있어. 며칠동안 당신 마음대로 이 돈을 쓰도록 해. 남을 위해 써서는 안 되고, 반드시 당신만을 위해 써야 해.\ 집안에 들어앉은 나 대신 아내가 장학금으로 가족을 부양하기는 했지만, 부부가 따로 통장을 관리한 것도 아니었고, 원한다며 나도 언제든지 돈을 꺼내 쓸 수 있었기에 아내의 제안은 우스운 것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그 돈을 받아 챙겼고, 다음날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기쁨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내와 딸을 내 보낸 뒤 책방으로, 비디오 가게로, 대형 할인점으로 돌아다니며 돈 쓸 궁리를 하는 가운데 행복이 그야말로 물밀 듯이 밀려옴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2주 가까이 헤매 다니는 동안, 여전히 집 안에는 설거지가 쌓여 갔건만, 아내는 타박하지 않았다. 결국 그 돈 중 50불은 책을 사는 데, 30불은 마침 코앞으로 다가온 아내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데 썼고, 나머지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 먹었다. 2주일을 그렇게 보내는 동안 우울 증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혹시 \'월급이 배우자의 통장으로 다 들어가는데 무든 돈을 따로 주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주부가 돈 관리를 하다 보면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이란 한 푼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다. 전업으로 가사를 담당하는 배우자에게 적은 돈이라도 떼어 주며 \당신만을 위해서 쓰라\고 이야기해 보자. 돈만 주지 말고, 돈 쓸 시간도 주자. 혼자만의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간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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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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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식 2005.03.12. 09:40
분주한 삶속에서... 무언가 자신을 자꾸 잃어버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 단편적인 모습... 글을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가고 생각되어지는게 많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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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광 2005.03.12. 09:40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네요 저도 요즘 집사람 학교보내느라고 전업 주부는 아니지만 반업 주부 중이랍니다. 주부 우울증 저에게도 오는 것 같은데 목회하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하하하 하지만 아내들이 많이 힘들다는 거 남편들이 알고 있지요? 반쪽눈 감으면서요 돕고 삽시다. 김두식님 대단한 분이라 생각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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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2005.03.12. 09:40
이야....역시 기멀전...이제 인생(목숨)에 도움이 되기까지...
최민규 2005.03.12. 09:40
오....굿 팁입니다. 저 당장 좀 쪼달리지만..아내에게 100불 상당의 한화를 주어보아야 겠습니다. 나중에 아내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체험기 올려 볼께요. 근데...좀 문제가 있군요.. 100불은 좀 커 보이는데... 10만원으로 별 쓸께 없는듯 보여서... 쪼잖다 놀릴까봐 슬며시 걱정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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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용 2005.03.12. 09:40
삶의 활력은 큰 것에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인간의 행복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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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현 2005.03.12. 09:40
음.. 어떻게 저 비용을 아내 몰래 마련해야 될지가 숙제네요.. ㅎㅎㅎ.. 저희 집 재정은 집사람이 꽉 잡고 있기에...
장낙중 2005.03.12. 09:40
흉내라도 한 번 내봐야겠습니다.
박범서 2005.03.12. 09:40
정말 훌륭한 방법이네요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서는 나만의 시간, 나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것 같네요 한번 적용해 보아야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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