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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글 싸우지 않는 대화법을 위한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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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6년 가까이 메모지로 대화해온 노부부에게 황혼 이혼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100세를 산다는 센트리안 시대에 들려오는 이 노부부 소식은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대화는 없지만 싸우지 않으면 괜찮을까요? 부부가 말은 많이 하는데 어쩐지 마음이 어긋나고 삐걱거린다면 참아내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혹시 대화 단절 상태를 ‘평화 상태’로 잘못 인식한 건 아닌가요? 부부 치료 권위자인 미국의 존 가트맨 박사는 갈등이 있어도 싸우지 않는 부부와 함께 있어도 대화가 없는 부부는 언제든지 이혼으로 향할 수 있는 위험 인자가 있다고 말합니다. 눈빛만 봐도 상대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려면 대화라는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대화 단절을 가져오는 남녀의 대화법을 살펴보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부부 탐구생활 언어 영역 편. 

진행 정주연 리포터 [email protected] 
참고 도서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 
<17일간의 부부항해 내비게이터>
일러스트 이보라 

part 01 나는 상행선, 너는 하행선 -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의 말 vs. 아내의 말
대화 중에 본의 아니게 엇나가거나 부부 싸움으로 발전하는 일을 종종 경험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녀의 대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데. 어떤 경우에 배우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지, 배우자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대화하고 싶지 않은지 기혼 남녀 20명에게 물었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르기에 상대에게 마음의 상처까지 줄까? 
취재 정주연 리포터 
case 1 “아”만 해도 알아들어줘 vs. “어”까지 해야 알아들어
아내 나 아파.
남편 그럼 병원 가보지 그래?
아내 (버럭 화를 내며) 내가 병원에 못 가서 그래? 
결혼 연차가 어느 정도 된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병원 가보라는 얘기보다는 남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뜻이 내포된 아내의 대화법이지만, 이런 속뜻을 알아차리는 남편은 흔치 않다. 
지난 주말,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에게 옷 한 벌 사주고 싶어 함께 쇼핑에 나섰다가 크게 부부 싸움을 한 박승욱(35·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씨. 자신의 어떤 말 때문에 아내가 화를 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푸념했다. 
아내 (최신 유행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어보며) 이거 괜찮아? 
남편 (벌써 백화점 안을 한 시간 넘게 헤맨 상태, 피곤이 몰려왔다.)그런 대로. 
아내 이건 어때? 
남편 그럼 그러든지. 
아내 (시큰둥해져) 그냥 가자, 살 것도 없네.
박씨는 “한 시간 넘게 쇼핑하면서 여러 차례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줬거든요. 제 의견에 따라 살 것도 아니면 알아서 샀으면 한 거죠” 라고 말하는 반면, 아내 권혜련(35)씨는 “예쁜 옷은 비싸고, 비싼 것 사려니 남편 눈치가 보여 물어본 거예요. ‘괜찮으니 사’라고 확실하게 얘기해주면 좀 좋아요?” 라고 말했다. 이런 아내의 속내를 모르는 박씨는 모처럼 아내에게 선물하려고 한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 아내가 야속했다.
여름 맞이 대 청소를 끝낸 유명희(4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씨는 칭찬 한 마디면 족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남편에게 서운했단다. 
아내 오늘 청소 열심히 했더니 허리가 아프네.
남편 운동 부족이야. 
아내 청소도 운동되거든. 바닥 깨끗하지? 손으로 일일이 닦았어. 손목 아파.
남편 청소랑 운동이 같나? 아프다고 할거면 청소할 시간에 운동해.
아내 (순간적으로 뒷골이 땅기면서) 그냥 수고했다는 한마디면 끝날 걸 운동 타령은….
남편 그럼 칭찬하라고 하면 되지 뭘 이렇게 돌려 말해? 
남편은 돌려 말하지 말라지만, 이심전심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게 유씨의 바람이다. 

case 2 내 말은 귀로도 듣고 눈으로도 들어줘 vs. 요점만 간단히
결혼 11년 차 정효진(37·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얼마 전 남편과 부부 싸움 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함이 가시지 않는단다. 뒤늦게 둘째 아이를 출산, 이제 돌이 지난 아이와 아홉 살 큰아이를 돌보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어느 날. 퇴근한 남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 것이 화근이었다. 
아내 여보, 나랑 얘기 좀 해.
남편 오늘 아침에 말한 건 말 아냐? 뭐, 무슨 일 있어?
아내 (남편의 건조한 반응에 순간 눈물이)…….
남편 얘기 좀 하자더니 왜 그래? 너 생리하냐?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아시나요? 정말 힘들어요”에 대한 남편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는 게 정씨의 마음. 
평소 “요점만 말해. 요점만”이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 때문에 화가 난다는 임아무개(43)씨. 얘기를 듣는지 마는지 시선은 TV에 고정한 채 따분하다는 듯 무표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남편의 태도에 “사람이 얘길 하면 좀 쳐다봐야 할 거 아니냐”고 하면 “말을 귀로 듣지 눈으로 듣냐? 그러니까 요점이 뭔데?”라고 되묻는다고. 임씨는 “남편에겐 ‘요점’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이야기를 듣는 남편의 ‘태도’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하소연했다. 

case 3 얘기 끝나기 전 회피하지 마 vs. 적당한 선에서 멈춰줘
“남편이 집에 들어와 하는 얘기를 추리면 딱 세 마디예요. 의사를 물어보면 ‘응’, 반응을 원하면 ‘응?’,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리모컨은?’ 이죠.”
고1 아들을 둔 김아무개(43)씨는 그나마 아이가 어릴 때는 “애는?”을 챙기더니 요즘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으레 늦으려니 해서 그런지 그 말도 쏙 빼놓기 일쑤란다. 어느 덧 대화 단절이 평화롭다고 느껴질 정도로 ‘함량 미달’대화를 한다고. 김씨가 이렇게 된 건 대화를 하다 시도 때도 없이 대화를 회피하는 남편의 침묵 때문. 
아내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까지 술을 마신 거야?
남편 후배가 힘들어해서 얘기 좀 하느라고.
아내 꼭 그렇게 늦게까지 마셔야 해?
남편 …….
아내 왜 말이 없어? 내가 말하면 대꾸를 해야 할 거 아냐?
남편 …….
심지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코까지 골며 자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김씨. 급기야는 잠자는 남편을 깨워 “지금 잠이 와? 우리 아직 얘기 안 끝났잖아!”라며 다그치고, 남편은 “그만 하고 내일 얘기하자”며 버럭 소리를 질러 아내를 더욱 화나게 한다고. 
여자들은 대화하다 결론도 짓지 않고 회피하는 남자들이 못마땅한 반면, 남자들은 “그만 하자”고 해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여자들의 대화법을 난감해했다. 결혼 15년 차 문아무개(45)씨 역시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는 아내와 대화하기 힘들다고. 
남편 미안해. 내가 행동을 고쳐볼게.
아내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남편 그럼 또 다른 내 문제가 뭔데?
아내 그 문제를 모르는 게 당신 문제야.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아내에게 지쳐 산책을 하고 돌아온 문씨. 이제 좀 화가 풀렸으려나 기대하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 아내가 “아까 못 한 얘기 다시 해!”라고 말문을 연다는 것. 문씨는 “끝없는 잔소리가 이어지면 집을 뛰쳐나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case 4 당신이 그렇지 뭐 vs. 그러는 너는 어떻고?
무시와 비난의 말을 들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그럼 네가 해!’라는 반발심만 생긴다고 기혼 남녀들은 입을 모은다. 결혼 16년 차 박영현(42·서울 송파구 문정동)씨 부부 역시 이 같은 케이스. 최근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지내시는 친정어머니가 걸린다는 박씨. 내심 남편이 종종 친정어머니의 안부를 묻기를 기대했다. 
아내 최근에 엄마한테 전화드렸어?
남편 왜, 무슨 일 있어?
아내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해? 친정 식구한테 신경 좀 써주면 어디가 덧나?
남편 (아내의 비난조에 기분이 상해) 그러는 너는 우리 부모님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결혼 13년 차 서동혁(44·경기 용인시 풍덕천동)씨 부부도 얼마 전 크게 싸웠다. 아내에게 부탁한 공과금이 화근. 
남편 당신, 내가 부탁한 것 냈어?
아내 깜빡했네.
남편 또 안 냈어? 오늘 납부 안 하면 연체료 물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잖아!
아내 미안해. 챙긴다는 게 그렇게 됐네.
남편 당신이 그렇지 뭐. 언제 한 번 제대로 한 적 있어?
아내 (볼멘소리로)알았어, 하면 되잖아. 그러는 당신은 뭘 얼마나 잘해서 그래? 
아홉 살, 열 살 연년생 형제를 둔 강춘호(40·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씨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의 삐딱한 말 한마디 때문에 절망(?)한 적이 있단다. 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퇴근 후 아내보다 먼저 돌아와 큰맘 먹고 청소며 아이들을 돌본 어느 날. 
아내 아이들 밥은 먹였어?
남편 (의기양양하게) 그럼, 배불리 먹이고 숙제도 다 봐줬어. 그리고 방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했어. 
아내 (못마땅하다는 듯) 그래서? 난 그거 매일 하거든. 
남편 (도와준 내가 미쳤지!)
비교와 인신공격적인 발언도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말이라는 게 취재에 응한 이들의 중론. “다른 집 남편은 안 그러던데” “딴 집 엄마들이 애한테 어떻게 하는지 좀 배워라”와 같은 비교 발언, “그렇게 몽땅하니까 속도 밴댕이지!?” “당신은 뚱뚱한데 마음은 왜 그렇게 좁아터졌어?”와 같은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아무리 화가 나도 삼가주길 바랐다. 





part 02 부 부 커뮤니케이션 이론편! - 男女 대화 두뇌 차를 이해하는 게 첫걸음

연애 시절에는 몇 마디에도 감동 받고 밤샘 통화도 가능했는데, 결혼 후에는 대화 때문에 상처 받고 충돌하고 급기야 대화가 끊어지기도 한다. 왜 부부가 되면 의사소통이 어려울까? 부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비법을 모아보았다. 

취재 이은아 리포터 [email protected] 
도움말 엄정희 교수(서울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이혜범 커뮤니케이션 강사 
01 남녀 대화법 차이를 보면 답이 보인다!
아내는 남편에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라고, 남편은 아무 말 안 해도 되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모르니 부부 커뮤니케이션에 제동이 걸리고 만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강사는 “부부간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기본적인 대화법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에서도 ‘부부는 공동의 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지만, 전통적·사회적으로 형성된 차이, 또 여자와 남자라는 생물학적 차이(뇌 구조나 호르몬 등)가 있다. 그 차이들은 대화 속에서 좀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명시되었다. 즉 여자는 복잡성, 감성적, 문제 공유, 원인(의도) 중시 성향이, 남자는 단순성, 이성적, 문제 해결, 결과 중시의 성향이 있다. 이것으로 부부 관계는 끊임없이 마찰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다. 

돌려 말하는 여자와 바로 말하는 남자
한 부부가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크게 싸웠다. 차창 밖으로 예쁜 카페가 보이자 아내는 들뜬 마음에 남편에게 “저 카페 참 예쁘다. 여보,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했고, 남편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 이후 아내는 말이 없었고, 드라이브 하는 내내 남편이 하는 말에 짜증스럽게 반응했다. 아내의 이러한 반응을 꾹 참던 남편도 결국 점심을 혼자 먹으라는 아내의 말에 화가 치밀어 “아니, 당신이 바람 쐬고 싶다고 했잖아. 왜 계속 짜증이야? 당신이란 여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라며 화를 냈고, 아내는 “뭐라고요? 난 당신같이 이기적인 사람은 처음 봐요”라며 도통 남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부가 싸운 것은 드라이브를 시작할 때부터다. 아내가 남편에게 “저 카페 참 예쁘다. 여보,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물은 것은 남편의 의향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저기서 커피 마시자”라고 의견을 이야기한 것. 반면 남편은 그저 아내가 자신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는 자신의 의견을 “아니”라고 딱 잘라 거절하는 남편이 이기적으로 보였고, 간만에 드라이브를 나와서 자신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남편이 하는 말들이 모두 짜증스럽게 들렸다. 
이에 대해 이혜범 강사는 “한집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도 여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하면 어떨까요?’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남성은 직접적으로 ‘~하자!’ ‘~해줘요!’라고 이야기해야 그 뜻을 알아듣는다”고 설명한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원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물어보듯이 의견을 표출하는 반면, 결론과 목적 지향적인 남성은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정확히 표현해야 그 뜻을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가 “집안일 좀 도와줘요” 하면 남편은 무엇부터 할 지 몰라 결국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다. 이런 땐 “미안하지만 저기 있는 쓰레기 봉지 좀 버려주고,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 좀 꺼내서 베란다에 널어줄래요”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남편은 쉽게 집안일을 쉽게 도와줄 수 있다.

감성적인 여자와 이성적인 남자 
흔히 부부가 이야기 중 사소한 말다툼할 때 남편은 “그래,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하다”며 빨리 상황을 마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내는 “뭘 잘못했는데요?” 하며 말꼬리를 이어간다. 남편은 왜 미안하다는 걸까? 이는 문제를 논리적·이성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남자들이 선택하는 최선의 대응이라고 한다. 유창한 언변으로 아내의 화를 풀어줄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하자니 아내가 더 화를 내서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뿐인 것. 반면 아내는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하다는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에 더 화가 난다. 뭐가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도 않고 미안하다고만 하는 건 성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혜범 강사는 “아내나 남편이 털어놓는 고민이나 하소연에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화법이 중요하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많이 속상하겠다’ ‘많이 힘들었겠다’ 식으로 사소한 이야기라도 공감해주고 맞장구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께 고민하는 여자와 혼자 고민하는 남자 
“여긴 왜 이렇게 표지판이 엉망이야?” 표지판을 잘못 보고 한참 헤맨 남편은 자신에게 화가 나서 혼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이때 옆에 있던 아내는 “아까 사거리에서 유턴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고 자꾸 말을 걸어보지만, 남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만다. 
이혜범 강사는 “여자는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민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일단 혼자 생각해보고 해결책이 어느 정도 그려질 때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며 남녀 대화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을 닦달하거나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밀어붙이면 오히려 회피하거나 화를 내며 아내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 모습을 아내는 자신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표시로 받아들여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잔소리를 하면서 부부 대화의 악순환이 된다는 것. 당장 남편과 대화하고 싶더라도 남편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02 부부를 세워가는 명품 대화 기술
법정에서 이혼을 앞둔 부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서울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 엄정희 교수는 “악담을 퍼붓는 것도 아니고, 잘 살라는 격려도 아니다. ‘아니 그때 한 말이 그 뜻이었어?’라는 말이다. 함께 사는 부부끼리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다”고 전한다. 부부간의 의사소통,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1. 귀 기울이기 
“당신의 말을 잘 듣고 있어.” 
배우자가 느끼는 감정을 잘 이해하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적극적인 듣기. ‘당신을 이해해’ ‘당신을 믿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2. 대화 공간 바꾸기 
“오늘 저녁 시간 어때? 우리 오래간만에 데이트하자.” 
대화 공간을 바꾸어보는 시도는 말을 들을 사람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주고, 말하는 사람에겐 목적 달성을 좀더 쉽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3. 감정 언급해주기 
“아니 아무리 잘못해도 그렇지, 후배들 앞에서 망신을 주었단 말야? 나 같아도 기분 나빴겠네. 당신 정말 화났겠다.” 
부부 사이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날카로운 판단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해주는 말 한 마디가 때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4. 내 문제로 바꾸기 
“그 접시 또 깨졌어? 그 접시가 원래 잘 깨지나 보네. 나도 지난번에 설거지하다 하나 깼거든.” 
접시를 깼다고 탓하기보다 자신도 그 접시를 깬 적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배우자에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5. 함께하기 
“아버님이 빨리 좋아지셔야 할 텐데. 고혈압엔 양파즙이 좋대. 당장 이번 주말에 양파즙 사서 한번 찾아뵙자.” 
말로만 위로했다면 어땠을까. 부부간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은 말로 할 수 없는 소중한 감사와 신뢰로 돌아온다. 
6. 인정하기 
“당신이 틀린 말 한 건 아니네.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이 잘못이지. 나는 그런 당신의 솔직함이 좋더라.” 
후회하는 배우자에게 충고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에게서 장점을 발해준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7. 행동하기 
“당신이 그렇게 울 줄 몰랐어. 어젯밤 컴퓨터에 있는 게임 몽땅 다 지웠어.”
부부 싸움을 할 때 서로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며 그 상황만 벗어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행동으로 직접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8. 긍정적인 면에 초점두기 
“이번에 큰 공부했네. 대학 가서도 못 배울 것 배웠으니 괜찮아.” 
한번 저지른 실수는 돌이킬 수 없지만, 배우자가 느낄 허탈함은 말 한 마디로도 위로해줄 수 있다. 
9. 걱정 덜어주기 
“당신 그것 때문에 걱정 많이 했나 보네. 걱정 마. 범퍼는 원래 부딪히라고 있는 거야.” 
마음고생 한 배우자에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별거 아닌 듯이 말해서 걱정을 덜어주었다. 
10. 장단 맞추기 
“실력 발휘 안 되네.” “그러게, 차가 못 따라주네.” 
아내의 운전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차가 문제였다는 말로 아내의 말에 장단 맞춰준다. 이런 남편의 말 한마디에 아내는 다시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엄정희 교수의 긴급처방 ‘1등급 대화법’
1. 미러(mirror)기법 : 자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배우자가 기분 상하지 않게 ‘아~ 그렇다는말씀이지요. 제가 잘 이해했나요?’라고 말한다. 

2. 칭찬 기법 : 배우자를 하루 세 번 이상 칭찬하면 3년 뒤 그 신부는 고칠 게 없는 아주 훌륭한 아내가 될 것이다. 

3. ‘나’ 전달법 : 배우자를 공격하지 말고 배우자의 말과 행동에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그 감정을 말한다. 

4. 비난, 경멸, 방어, 담 쌓기를 피하라. 이 네 가지는 이혼의 예측 인자다.

5. 배우자의 말을 들을 때 분석가, 도덕가, 지배자가 되지 마라.

6. 과거를 들추지 말고 지금 여기에 대해서 말하라.

7. FAMILY의 대화법을 활용하라. Friendly(우호적인 감정으로) Attention(상대에 주목하며) Me too(맞장구치고) Interest(관심과 흥미를 표현하며) Look(상대를 응시하면서) You are centered(말하는 사람이 중심인물)인 것처럼 대화하라. 

8. 문제 중심 대화가 아닌 해결 중심 대화를 하라. 이때 유머라는 양념이 필요하다.

9. 배우자가 원가족에게 받은 아픔, 수치심, 외로움 등의 긴 그림자를 당신의 따뜻한 언어의 빛으로 녹여보라. 

10. 비언어적 메시지까지 듣는 ‘제3의 귀’를 가져라. 



part 03 부부 커뮤니케이션 실전편! -달콤살벌 15년차 부부의 공감 대화법
결혼 15년 차. 다섯 살 연상의 남편과 살지만 둘 다 쇼핑과 산책을 좋아해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댁 얘기와 아이들 공부 문제로 대화를 하면 십중팔구 부부 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 큰 싸움이나 부부 위기를 겪진 않았지만, 성장하는 자녀들의 인성 교육과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좀더 매끈한 대화법을 찾을 수 없을까? 부부 상담 전문가 이주은 원장에게 우리 부부의 대화를 점검해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email protected] 
도움말 이주은 소장(이주은부부상담심리센터) 
01 갑자기 샐러드 해달라는 남편 vs. 저녁 준비 다 했다는 아내
남편 민아(아내를 부르는 명칭)! 오늘 저녁에 샐러드 해줘라. 요즘 너무 고기만 먹었더니 살찌는 것 같아. 채소 있지? 잘게 채 썰어 요구르트 드레싱 해줘라. 
아내 저녁 준비 다 했는데. 자기는 꼭 밥 해놓으면 다른 거 먹자 하고, 밥 안 해놓으면 밥 먹자고 하더라. 암튼 안 맞아….
남편 네가 언제는 선뜻 해준 적 있니? 됐다. 그냥 샐러드 바 가자. 
(휙~ 서재로 들어가는 남편) 

Bad point 남편은 아내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어디 저녁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인가? 족히 두 시간은 걸리는데 기껏 준비한 저녁 식단을 두고 샐러드라니! 샐러드 재료는 얼마나 다양한지 모르고 말한 게 실수. 아내 또한 거부 의사 표현이 너무 감정적이다. 굳이 이 상황에서 ‘안 맞는다’는 말로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Solution 남편이 한 번이라도 식사 준비를 해봤다면 이런 갑작스러운 요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이 갑자기 샐러드를 먹고 싶다면 “민아, 나 요즘 너무 살이 찌는 것 같은데 혹시 샐러드 해줄 수 있을까?”라고 부드럽게 요청하는 것이 좋다. 이에 대해 아내는 “그래? 자기 요즘 너무 피곤하구나. 샐러드 좋지. 그런데 자기야, 오늘 저녁 준비 다 했는데 어떡하지? 이따 저녁 먹고 우리 샐러드 재료 함께 사러 가면 어때?”라고 공감 뒤 제안을 해보자. 
02공부 얘기 자주 하는 아내 vs. 모르쇠로 일관하는 남편
주말을 이용해 모처럼 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가는 차 안. 출발 전 집에서 딸아이 시험공부 문제로 딸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아내. 
아내 자기야, 수빈이 이번 시험 말이야. 문제집 두 권에 전과로 개념 잡으려 하는데, 그동안 원어민 영어는 어떻게 하지? 시간이 없네. 
남편 잠깐 쉬지 뭐. 
아내 성욱이 말이야. 얼마 전 논술 선생님께서 아주 잘한다고 칭찬하시더라. 가을 학기부터는 에디슨 과학교실 보내는 거 어떻게 생각해? 
남편 …….
아내 왜 대답이 없어? 
남편 교육 문제는 네가 알아서 하면 안 될까? 집에서도 공부 문제로 수빈이 야단치더니 나들이 가는 시간에도 이런 얘기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 안 해?

Bad point 아내는 가족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자녀교육이라 생각하고, 남편은 부부만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케이스. 그러니 아내의 공부 얘기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결과를 탓할 수 있는 남편 때문에 일일이 동의를 받고 싶은 아내의 불안 심리가 문제. 우선 부부가 다른 분야의 대화를 많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대화도 서로 공감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Solution 아내는 “놀러 가는데 이런 얘기해서 좀 그런데 수빈이 문제 하나만 의논해도 될까?”라고 남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아내가 양해를 구했다고 해도 공부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면 남편은 “수빈이 있는 데서 공부 얘기하면 수빈이도 불편하니 나중에 우리끼리 얘기하자”라고 말하면 된다. 



03시어머니에 전화 자주 하라는 남편 vs. 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맞서는 아내
남편 요즘 어머니랑 통화 좀 해봤어? 
아내 음… 지난주 월요일에 하고 못 했네. 
남편 일하러 나갈 때 차 안에서 하면 좋잖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드려야지. 
아내 의무감에 원칙 갖고 전화 드리는 것 좀 그렇다. 어머님 전화 드리면 늘 편찮으시다는 것도 싫고. 
남편 엄마가 아들한테 며느리 안부 묻는 건 아니잖아? 
아내 궁금하면 어머님이 하실 수도 있지. 며느리 놓고 꼭 아들한테만 전화하시더라.
남편 …….

Bad point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전화하기 싫은 원인을 남편이 알아야 한다. 며느리들은 대부분 마음에서 우러나오기보다 의무감으로 전화를 한다는 점. 그런 며느리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이니 세 번이니 하는 의무감은 최고의 스트레스 요소고, 고부 관계 악화의 지름길이다. 이런 경우 아내도 정확히 의사를 밝히는 게 좋다. 남편의 잔소리가 싫어 계속 따라가다 보면 남편이 더욱 미워질 수밖에. 

Solution “당신 내가 어머님께 소홀한 것 같아 서운하지? 그런가 보네. 그런데 자기야, 나 의무감으로 자주 전화하는 것보다 진정성 갖고 한 달에 2~3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아내는 완곡하게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게 좋다. 그래도 남편이 완강하다면 “그럼 매주 금요일에 전화 드리는 하고 달력에 표시해놓을게. 내가 자주 잊어서 말이야. 자기가 일러줘. 부탁해?”라고 애교 섞인 말로 넘어가자. 남편도 아내에게 점검이나 따지는 식의 질문은 삼가는 게 좋다. “당신 바쁘지? 오늘 어머니랑 통화했는데 며느리 힘들까 걱정 많이 하시더라. 시간 나면 전화 한번 해봐”라고 부드럽게 의사를 전달해보자. 
04 섬세한 남편 vs. 털털한 아내
꼼꼼한 남편과 달리 털털한 아내. 늘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문제로 소소한 말다툼을 하기 일쑤다. 
남편 슬리퍼 누가 안방에 벗어놨어? 
아내 어? 미안, 내가 청소하다 벗어놨네. 
남편 너는 한두 번이 아니더라. 몇 번을 말했는데… 늘 슬리퍼 안방에 벗어놓고. 
아내 안방에 벗어놓으면 좀 어때? 어차피 우리가 신는 건데. 
남편 거울 보고 소파 위에 놓지를 않나, 피아노 위에 지갑 놓고 찾지를 않나… 뭐든 그러잖아. 

Bad point 성격유형이 다른 것이 갈등의 이유다. 사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성격은 고치지 못한다. 이걸 고치려고 하면 잦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통제하려는 남편과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내가 트러블의 원인. 

Solution 이 경우는 대화법에서 해결점을 찾아보려 하기보다 부부가 서로 다른 성격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부 상담소 등에서 함께 ‘부부 성격유형 검사’를 해보길 권한다. 근본적으로 다름을 인정하면 갈등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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