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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글 [해운대 일가족 참극] 몰락한 중산층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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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일가족 참극] 비싼 월세 감당 못 한 생활고, 목숨보다 무거웠나…
  

부산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해운대 센텀시티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중산층 가정은 왜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렀을까? 계속되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지고 마는 여느 서민층의 케이스와 달리 중산층이 가족 간의 불화도 아닌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이처럼 막다른 결정을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13일 아버지와 공모한 아들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운대 일가족 참극'은 우리 사회 몰락하는 중산층의 일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운회사 중역이었던 가장 실직에 보증금 까먹고 관리비 체납됐지만

월세 150만 원 아파트 생활 고집

송 씨, 대형 차 몰면서 생활고 토로 
지인 "임대료 싼 집 권해봤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 1월 11억 원대의 아파트를 소유한 40대 가장이 가계 파탄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인과 딸을 목졸라 살해한 '서초 세 모녀 살인 사건'과 지난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조차 받지 못해 복지 사각에서 신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경계 지점에 있다.

 

■남부럽지 않던 중산층의 이면

 

경찰 수사 결과 송 모(37) 씨 일가족 동반자살의 동기는 일단 경제적 이유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 가족은 부산의 최고 부촌인 센텀시티 한복판에 145㎡(44평 형) 크기의 중대형 아파트에서 살았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특급 조망을 갖춘 '로얄층'이다.

송 씨 일가족은 지난 2010년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의 임대 조건으로 이 아파트를 구해 5명이 함께 생활해왔다.

해운회사의 중역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송 씨는 남부럽지 않은 지위와 재력을 쌓았다. 하지만 아버지 송 씨가 몇년 전 사고로 장애를 입어 일을 그만두면서 송 씨 가족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부산의 한 전문대학을 졸업한 송 씨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형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지만, 운영난을 겪다 결국 3년 전 사업을 접고 말았다. 이 와중에 누나와 매형도 갈라서게 됐다.

송 씨 가족은 장성한 아들과 딸, 손자까지 3대가 함께 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도 이후 변변한 수입원은 없었다.

근근이 버텨오던 송 씨 가족은 지난해 2월부터는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하는 처지까지 이르렀다. 보증금을 다 까먹고도, 추가로 625만 원을 밀리고 말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체납된 관리비도 1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의 누나가 지난해 말부터 시간제 아르바이트 강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태기도 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집주인은 송 씨 가족에게 오는 15일까지 집을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송 씨 부자는 예정된 퇴거 일을 사흘 앞둔 12일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상대적 빈곤감이 극단의 선택으로…

 

송 씨 가족 사건은 지금까지 누려온 중산층의 삶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이 동반자살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송 씨의 누나(41)는 학비와 레슨비가 많이 들어 웬만한 가정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음대를 졸업했다. 송 씨 가족은 가세가 기운 이후에도 손자 교육이나 생활비 씀씀이를 줄이지 않는 등 '해운대 중산층'의 면모를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 역시 최근까지 아버지 소유의 대형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송 씨의 또다른 친구는 "송 씨가 최근 몇년 간 생활고를 토로하고, 급전이 필요하다며 친구들에게 손을 벌리곤 했다"며 "보다 못한 지인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송 씨 일가족 사건은 취업 전선에서 낙오한 미혼 남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이들, 이혼 후 자식 부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된 여성들의 자립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응축돼 있다.

이와 함께 중산층 삶을 더 이상 유지 못한다는데서 박탈감에 시달리는 '상대적 빈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등장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버지 송 씨는 유서에서 "자식의 허물은 아비의 허물", "남한테 말도 못하고 괴로웠다"며 아들 송 씨에 대한 원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는 본인은 물론 자식들의 재력과 지위, 학벌로 개인을 평가하는 한국적 문화에서 한때 중산층이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송 씨 가족의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절망감을 짐작케 한다.

동의대 경찰행정학부 김종오 교수는 "일반적 상식 선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과거 여유 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앞으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상대적 빈곤감이 최악의 결정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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