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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영호 <2> 인민군 “하나님이 센가, 총이 센가” 어머니에게 총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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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터졌지만 우리는 피난을 가지 못했다. 잘 걷지 못하는 나 때문이었다. 어느 날 인민군 두 명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목사인 아버지를 못 찾겠으니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했다.

인민군 한 사람이 툇마루에 서서 어머니 멱살을 잡고 “하나님이 센가, 이 총이 센가, 내가 똑똑히 보여주겠다”며 총을 쐈다. 어머니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총알이 빗나갔다. “어, 이거 봐라?” 두 번째 총알이 발사됐다. 이번엔 어머니 머리의 비녀를 맞히고 빗나갔다. 성난 병사는 총에 대검을 꽂고 어머니를 찌르려고 했다. 어머니가 대검을 쥐면서 말했다. “젊은이, 총에도 죽지 않게 하신 하나님이 이 칼에 날 죽게 하시겠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민군들은 덜덜 떨었다. 그리곤 어머니 앞에 꿇어앉으며 살려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1·4후퇴 때는 우리 가족도 피난을 갔다. 횡성을 지날 때 산골짜기 빈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간 그 집은 경찰이 살던 곳이라고 했다. 우리는 졸지에 경찰가족으로 몰렸다. 게다가 보따리 속에서 나온 성경과 찬송가 때문에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게 탄로 났다. 여동생을 업은 어머니가 인민군 둘에게 끌려갔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저는 지금 가도 되지만 집에 있는 저 자식은 어미도 없이 어떻게 살겠습니까. 저를 불러주실 때에 그 아들도 불러주옵소서.” 간절히 기도하고 눈을 떴는데 인민군 중 한 명이 동료에게 말했다. “동무, 우리 할아버지가 장로인 거 알지? 우리가 이 사람 하나 죽이고 간들 무슨 득이 되겠나.” 그러더니 하늘을 향해 총을 쏘곤 어머니를 풀어줬다. 총소리를 들은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에 집 앞에 앉아 울었다. 그런데 저 멀리 여동생을 업은 어머니가 걸어오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내가 어머니를 부르며 달려 나갔다. 그런데 나를 본 어머니는 더 깜짝 놀랐다. “이 자식이 이제 걷는구나.” 그때부터 나는 지게 작대기 없이 걷게 됐다.

어머니에겐 신유(神癒)의 은사가 있었다. 서울 삼각산 기도원 박신출 원장으로부터 어머니를 소개받은 대구의 정규만 장로라는 분이 어머니를 찾아온 적이 있다. 심한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장로를 위해 어머니는 간절히 기도했다. 정 장로는 건강을 회복했고 대구에서 한의원을 크게 운영하며 서현교회를 건축하는 일에 헌신했다.

어머니가 부흥집회를 인도하러 서울 용산의 한 교회에 가셨을 때 일이다. 첫 집회를 마치고 그 교회 장로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쪽진 머리에 남자 고무신을 신은 저 시골 아낙네가 어떻게 이런 집회의 강사가 될 수 있느냐, 이 집회를 계속할 것이냐가 회의 내용이었다. 어머니가 제단에서 기도하는데 장로들이 이런 회의를 한 것이 환상 중에 보이더란다. 어머니가 강단에 서서 말씀하셨다. “여러분, 저는 이제부터 강단에 서지 않고 밑에서 기도하겠습니다. 담임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실 것입니다. 이 집회를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 끌어간다고 생각하는 여러분에게 과연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저에게 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회의를 했던 장로님들을 비롯해 그날 그 교회 전체에 임한 회개의 역사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정리=김상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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