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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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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은행잎들이 있는 가로수길을 걸으며 피시식 웃음이 피어오른다.
“떨어지는 낙엽을 받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랑 열심히 그 낙엽을 받으러 다녔던 때가 떠올라서…. 무거운 시장 바구니 때문에 집으로 향한 걸음은 더뎌 오는데도 자꾸자꾸 걷고 싶은 날, 아름다운 영화가 마음에 흐른다. 중국의 시골 마을 풍경이 참 예쁘게 다가왔던 ‘집으로 가는 길’(장이모 감독).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멀리서나마 바라보기 위해 더 먼 곳으로 물을 길으러 다녔던 소녀 디의 애틋한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이 종이에 곱게 싸서
선물한 빨간 머리핀을 잃어버린 후 자신이 오갔던 산길을 몇날 며칠
찾아 헤매던 디의 애처로운 모습이 어딘가 이 가을길과 닮아서이리라.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마지막이 될지 모를 만두를 담아 가지고 산길을 달려가다 넘어져 산산이 부서져버린 그릇조각들을 한 조각 한 조각 주워담으며 울던
디의 모습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아들 현우(4)가 삐뚤빼뚤 “아빠, 생신 축하해요”라고
처음 써준 카드라며 길게 뽀뽀까지 하고는 웃옷 호주머니 속에 넣던 작은동생,
좋아하는 사람이 주었다는 사탕 한 알을 먹지 않고 책상 위에 두고 보고 있다던 누군가의 얘기도 모두 그런 마음에서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지금 함께
나뭇잎을 받을 그 친구는 없지만 … 시장 바구니를 나무 곁에 세워두고
어린아이마냥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을 받아본다. 그렇게 받아든
노란 은행잎 한 장은 지금 내가 좋아하는 책 속에서 예쁘게 말라가고 있다.
- 권영민,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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