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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네 맘 읽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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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년 찬바람만 불면 겁이 난다.
오래된 기관지염이 거의 해마다 심한 목감기로 나타나
비껴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영락없이 목이 완전히 잠기는 감기가 찾아왔다.
3일째 집 나간 목소리는 돌아올 줄 모르는데, 오늘은 늦은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날이다.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데, 어떤 중학생쯤 된
여자아이가 은행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앞서 가던 중년부인이
"왜 울어. 어디 아파?" 하자, 고개를 살래살래 젖는다.
나도 그렇게 지나가고 싶은 유혹을 크게 느꼈다. 목소리도 안 나오는데,
무슨 일로 우느냐, 무얼 도와주면 되겠느냐 등을 물어봐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왔다. 그러나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 그 소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왜 우는지를 물어봤다. 얼마나 울었는지 얼룩진 소매 끝으로 계속 닦아댄
눈 주위는 땟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 폼이 가엾기 짝이 없었다.
ꡒ선생님이 오늘까지 공납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은행 문을 닫았어요.ꡓ
점점 커져가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은행 쪽문으로 들어가 손짓 발짓
섞어가며 사정하고 그애를 들여보내면서 그냥 지나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했다. 고맙다는 말도 못한 채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그애의 눈빛을 떠올리며
사람 사이에 사랑이 흐르려면 나를 조금 더 접고
너를 더 품어 안으려는 마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홍나래,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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