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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WCC 둘러싼 논란, 왜 수수방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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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WCC 둘러싼 논란, 왜 수수방관하나


WCC 총회 유치를 앞두고 보수 교계와 진보 교계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보수 교계의 강력한 반발과 진보 교계의 무대응으로 인해, 가뜩이나 한국교회 보-혁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듯한 양상이다.

2013년 제10차 WCC 총회가 유치된 당시부터 강한 우려를 표명해왔던 보수 교계는 최근 교단간 연합체인 WCC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 문제에 공동 대처키로했다. 이 위원회에는 예장 합동, 고신, 합신, 고려 등의 교단이 참여하고 있으며, 창립 결의문에서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는 성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본주의 신앙임으로 이를 단호히 배격하고 초혼제 등 무당굿을 신앙의 행위로 정당화하며 이를 용납하는 그 어떠한 단체나 기관과의 연합도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WCC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교단들 중 예장 합동의 경우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WCC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는 한편 총회장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WCC와 함께할 수 없고, 일치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으며, 예장 고려 또한 정기총회에서 WCC 총회를 한국교회의 사탄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대하고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등 완강한 입장이어서 서로간 대화와 이해에 난관이 예상된다.

사실 WCC는 과거 한국교회에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던만큼, 이 정도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 문제를 거의 방치하다시피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및 회원교단 등 진보 교계의 자세다. WCC 총회 한국 유치 성사 직후 이를 한국교회를 넘은 국가적 경사로까지 축하했던 이들은, 막상 보수 교계의 반발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이를 수수방관하면서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1월 21일 열린 NCCK 첫 실행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NCCK 보도자료에는 WCC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그저 ‘WCC 10차 총회 준비를 위한 연구위원회’가 조직된 것을 보고한 것과, 권오성 총무가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보다는 비회원교단이 함께할 수 있는 참여 확대 방안과 원칙을 먼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정도였다.

만일 WCC 한국 총회를 보수 교계가 반대하든 말든 관계 없이 진보 교계만의 잔치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면 그같은 무대응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권오성 총무는 실행위에서 “전체 한국교회가 5천만 세계교회를 함께 맞이할 준비를 하는 원칙을 세우는 일에 중점을 두고 연구할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는가. 권 총무 말대로 WCC를 전체 한국교회의 행사로 여기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무대응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2013년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세계적 대회를 치러본 경험이 일천한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남은 3년여의 시간 동안 한 마음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이런 내부 갈등으로 소모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모처럼 한국교회의 성숙과 위상 제고를 위한 좋은 기회다. 보수 교계는 WCC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WCC가 보다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노선으로 바로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진보 교계는 WCC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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