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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5> 굿판 벌이던 할머니, 예수님 그림으로 방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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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머니의 수양어머니였다. 할머니가 계시던 경기도 파주 시골에 갈 때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버스를 타고 넓은 포도밭과 옥수수밭을 지났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는 미신을 많이 믿으셨다. 문지방을 밟으면 어머니가 아프다고 했고, 문지방에 기대면 아버지가 아프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아프실 때도 우리가 교회에 다니는 것과 상관없이 할머니는 파주에서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이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해 할머니를 찾아뵀다. 방문을 열고는 기절할 뻔했다. 온 방 안에 예수님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예수님이 나온 달력, 포스터 등이 즐비했다. “할머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하셨다. “네 엄마가 꿈속에 나타났어. 머리에 하얀 꽃을 꽂고 나타나더니 한마디 하더라. ‘어머니 교회 다니세요.’”

할머니는 그 말을 들은 이후 정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다. 주일에는 지팡이를 들고 언덕 위에 있는 교회에 올라가셨다. 나는 이게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는 목사님께 찾아가서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할렐루야”라고 할 줄 알았던 목사님은 의외로 정색을 하면서 “미신에 빠졌던 분들이 기독교를 접하면 단시간에 믿음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누가 뭐라고 말하든 나는 이게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사람이 하나님을 믿는 일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전도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전도는 교회에 나오라고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회에 나오더라도 그 사람의 신앙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꼴불견이 일요일에 성경책 옆에 끼고 교회 가는 총각이야.” 연애하던 시절 지금의 아내가 내게 했던 말이다. 결혼 이후에도 나는 아내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다녔다. 일요일이 되면 “교회 갔다 올게” 하고 집을 나서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말을 꺼냈다. “자기야, 나도…갈…까?”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대한 다정하게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 별거 없어. 가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눈 감고 하나님께 말하고 바라는 걸 기도하면 돼.”

일요일 아침 성경책을 끼고 교회에 가는 모습이 꼴불견이라고 하던 아내와 함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내의 믿음도 깊어지고 때가 되면 나보다 신앙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아내가 교회에 다닌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한 전도사님이 심방을 와서 외출하려던 아내에게 3시간이나 설교를 했다. 마음은 감사했지만 아내는 마음이 어려워져서 교회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한 목사님께 이런 설교를 들은 기억이 난다. “절벽 끝 아기에게 조심하라고 소리치면 놀라서 오히려 더 위험해집니다. 환히 웃으며 다가가 영혼을 안는 지혜가 전도의 시작입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요즘 아내는 나와 같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내는 “내가 교회에 같이 가면 당신이 너무 즐거워하기 때문에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는 아내 혼자 새벽기도를 꾸준히 다니고 있다. 아내가 하나님을 믿고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정리=구자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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