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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홍렬 <8> “교회는 평범한 사람이 가서 특별한 은혜 받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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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면 이착륙할 때마다 양손을 모으고 주기도문을 외운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눈을 감고 재빨리 기도한다. ‘하나님, 무사히 이륙하고 착륙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무사히 착륙하고 나면 승객들을 돌아보면서 속으로 흐뭇하게 말한다. ‘다 내 덕인 줄 아십시오.’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알지 못했던 나는 매일 주기도문을 외웠다. 왼손과 오른손이 만나면 주기도문이 절로 나왔다. 주기도문을 드린 다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님께 내놓았다. 나처럼 기도 못하는 사람에게는 주기도문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위안이 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나가 있었던 일을 친구와 대화하듯 하나님께 기도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혹시 내 얘기는 잘 안 들릴까 봐 기를 쓰고 기도했다. 인자하신 하나님은 그런 내 모습에 어이없어 하지 않으시고 은혜를 주셨다.

제일 난감한 때는 통성기도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하는데 나는 자신이 없고 큰 소리로 기도할 내용도 없었다. ‘이쯤 되면 다들 했겠지’ 싶어 실눈을 뜨고 동태를 살피다 나처럼 고개를 돌리며 분위기 파악하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민망하면서도 반가웠던 그때의 심정이란.

‘열혈청년 전도왕’을 쓴 최병호씨는 기도할 때 악을 쓰거나 울거나 갑자기 “하나님 아버지” 하고 외치는 모습을 콘서트장 모습에 비교해 쉽게 설명했다. 그는 “콘서트 관객들의 스타일이 모두 다르듯 교회에서도 크게 통성기도하거나 작은 소리로 기도하거나 침묵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기도회에서 “하나님” “주여”라고 외치는 것은 사실 콘서트장에서 “오빠!” 하고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었다.

물론 나는 얌전히 기도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더러 믿음까지 작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예수님은 나처럼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답을 이미 주셨다. 마태복음 6장 7∼8절에는 기도할 때 중언부언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나온다. 구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이 다 아신다고 하신다. 나는 이 구절이 눈물 나게 좋다.

어머니를 모시고 안수기도 받으러 다니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지 40년이 되어 간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는 특별한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가서 특별한 은혜를 받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처음에는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왠지 유난 떠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이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셨고, 2004년 5월 15일 고 하용조 목사님으로부터 아내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집사 안수도 늦게 받았다. 교회에서 강연 요청을 받아 나갈 때마다 일개 신자인 나를 “집사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잦았다. 사실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하나님은 ‘집사가 되라고 부르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마음을 바꿔주셨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와 반대로 언젠가 하나님 앞에 갈 날이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 하나님이 부르시면 묘비명에 이런 글귀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내 그럴 줄 알고 하나님과 친해졌다.”

정리=구자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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