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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경의 열매] 이영호 <4> 신학교 중단 고민할 때 일깨워준 아버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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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10월 6일 아버지에게 받은 편지 한 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신학교 2학년생이던 아들의 우문(愚問)에 현답(賢答)해 주시기도 한 데다 아버지의 신앙 결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믿음의 아들이었던 디모데를 향한 사도 바울의 애틋함이 잘 담긴 디모데전후서의 또 다른 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시 난 학업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가난 속에서 날 공부시키느라 허리가 휜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기도 했고 교단의 비리 또한 신학생 의분으로 참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런 뜻을 담은 서신을 시골집으로 보냈더니 아버지가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냈다.

“가아(家兒) 영호는 받아 보아라. 어제 네게서 온 편지는 잘 받았다. 네 심정과 신앙관도 잘 알았다. 네 편지의 사연이 옳다고 인정한다. 인간은 무릇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믿고 내 생활 전폭을 주님께 맡기고 살아야 평안하고 기쁜 것이다. 살다 보면 개인이나 가정,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가 다 각기 위치에서 문제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내가 선히 살고자 해도 그 뜻에 복종치 못하고 오히려 원치 않는 일에 굴복케 되니 ‘오호라 나는 괴로운 사람이로다’ 하고 탄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 부족을 알고 주 예수 그리스도께 도움을 기다리는 자만이 사죄함을 얻는 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네가 경제적으로나 성경적으로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는 우리도 동감한다.

나 자신 또한 그 부류의 사람이다. 우리에게 재산이 있어서 네게 신학을 공부시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받은 은혜에 감사하여 너를 어릴 때부터 주님께 바치기로 서원한 뜻을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신 것이다. 네가 신학을 안 한다 해서 우리 집 경제가 보장되거나 교인들의 짐이 가벼워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집 형편에 널 대학에 보낸다는 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능력이다. 인간에게는 아무 도움 없을 줄 안다. 난 다만 부정한 돈으로 네게 거룩한 성경공부를 시키지 않기 위해 근검절약하고 있다. 어느 교회나 주님의 이름 팔아 너를 돕는 것이 아니다. 외인에게나 형제에게나 무리한 일은 하지 않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널리 반영하지 못하고 일편 인간성만 바라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의로운 자가 되거나 남을 용납하지 못하는 죄를 범하게 된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배움의 시기는 배움의 시기요, 외침의 시기는 외침의 시기다. 예수님도 때를 찾으시고 순응하셨다는 것을 알고 평안한 마음으로 배우라. 너는 아직 성장한 시기는 아닌 줄 안다. 성장한 신앙생활이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에나 하나님의 영광 위해 사는 것이다. 또 흠이 없는 완전한 성격을 갖춰야 하고 또는 남의 유익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주님 십자가를 아는 사람이요, 지도자일 것이다.

네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난 지금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마음으로 기뻐한다. 차후로 네 포부 그대로 변치 않기를 기도하며 미가야 같은 하나님의 사신이 되기를 바란다. 오직 우리들이 가질 마음은 ‘주여 내 중심에 오시옵소서’일 뿐이다. 또 세상 사람에게 주님을 연결시키는 것이 내 사명이다. 모든 일에 주를 위하여 인내하고 하나님 아버지의 원하는 뜻을 이루어라. 네 건강과 주님 은혜 풍성하기를 바라며 주님께 기도한다.”

정리=김상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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