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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지옥만'과 '김선달' -김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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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훈련병 시절은 쉴틈이 없이 어리둥절해서, 이제까지 삶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삶의 세계에 적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때 나의 훈련병 시절 우리 내무반 인원 삼십명 중에 '지옥만'과 '김선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기생 둘이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은 우리 훈련병 시절의 힘든 훈련도 잊을 만큼 활력소가 되는 청량제 역할을 하였다.

'김선달'군은 성격이 조금은 능청스럽고 짖궂은 면이 있었고, 익살스러우면서도 태평한 마음을 소유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지옥만'군은 이름이 특이하여 항상 '김선달'군에게 골탕을 먹기가 일쑤였다.

사실, 이름 때문에 당했던 곤욕이 여기서가 처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이 '지'씨라는 것부터 시작하여 '옥'자가 안 어울린다느니, '옥만'이가 아니라 '억만'이라는 이름이 어떠냐는 등 진담 반 농담 반의 말들을 수없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지옥만'군은 자기 이름에 대하여 통 자신이 없었고 굳이 밝혀야 할 때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물어물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지옥만'군과 '김선달'군이 훈련생활을 시작하여 서로가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을 때였다.

느닷없이 어느 날 김선달군이 지옥만 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네 이름을 누가 지었냐?' '뚱단지같이 그런 질문을 왜 하니?' '이름이 너무 고상해서 그렇다.' '...'

이름 이야기가 나올 때면 '지옥만'군은 가슴이 덜컥 했다. 어디를 가나 한 두 번씩 당했던 봉변을 지금 또 당하게 될까 싶어 자기도 모르게 바싹 긴장이 되었다. 옆의 동료들을 흘깃 보았더니 총기를 수입하고나 군화를 닦거나 농담을 하고 있거나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옥만'군은 동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있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선달이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조그맣게 빠른 대답으로, '우리 할아버지가 작명하신 이름이란다.' 그러나 선달이는 지옥만군을 골탕먹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너의 할아버지 실수하셨어.' '무슨 실수를 하셨다는 거야?' '만(萬)자 모음을 잘못 놓으셨어, '만'자가 아니라 '문'자를 하는 건데, 그래서 지옥만이 아니라 지옥문이라고 했었다면 훨씬 개성이 있었을 텐데.' '뭐! 지옥문?'

'그래, 지옥문! 이름이란 남에게 강한 인상을 끌어야 하거든, 나처럼 이 김선달처럼 말이야, 지옥문, 얼마나 좋은 이름이니?' 김선달 군의 능청스러운 말에 동료들이 '와!'하고 웃음을 터뜨려 버렸고 내무반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자기들의 일에 열중하는 것 같더니 어느 새 김선달 군의 능청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옥만 군은 이름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곤욕을 치룰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번에는 너무 큰 것을 얻어맞아 낭패감에 빠져버렸다.

어쩔 줄 모르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지옥만 군이 조금은 측은한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지 '야, 너무 걱정마! 태생이 옳은 것은 우리가 다 인정할 정도니 지옥은 가지 않을 거야. 지옥문은 지키는 수문장이라며 모를까?'

김선달군의 말에 내무반에 있던 동료들은 다시 한번 웃음 바다를 만들어 내었다.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지옥만 군의 별명은 지옥문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나에게 있어 6주간의 훈련병 시절은 힘들고 어려웠음에도 김선달 군과 지옥만 군과의 대화를 듣는 순간 이름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였다.

내 이름. 세상에서 김명회라고 불려지는 것 말고 성도이며 크리스천이라는 이름. 그러한 자각은 썩어지는 세상에서 그 이름이 더렵혀지지 않게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갖게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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