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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일찍 일어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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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에서 제일 부지런한 동물을 꼽으라고 하면 조류학자인 나로서는 단연 새라고 말하고 싶다. 서양 속담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도 많이 찾아 먹는다.”고 하였다. 나는 새와 함께 지낸 30여 년 동안 이런 저런 새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토담길 마을에서는 새벽 닭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산에서는 뻐꾸기를 비롯하여 지빠귀류 등 온갖 산새들의 지저귐이 나를 즐겁게 했다. 작년 여름엔 강원도 오대산을 갔는데 해발 1,000미터가 더 되는 북대암 부근의 숲속에서, 겨울철 굴뚝 주변에서 살아가는 굴뚝새가 귀청이 찢어지도록 우짖는 소리를 운 좋게도 들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 바닷가에 나갔을 때는 바다의 왕자 새로 알려진 갈매기를 만났다. 새들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울어대는 것은 아니다. 새벽 일찍부터 아침 8~9시까지만 울다가 그 이후로 낮 시간 동안은 울지 않는 새가 많다. 새들도 사람들처럼 우는 시간이 있고 휴식 시간이 있으며 또 먹고 자고 경계하는 시간 이 따로 있는 것이다. 새들의 이런 습성을 알면 그들의 세계가 참 신기하다.
나는 거제도 장승포의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난 촌놈인데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새벽 일찍 일어나시면 곧 뒤따라 벌떡 일어나곤 했다.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면 아버지는 논밭에 줄 똥장군을 지고 나가시거나 소를 몰고 나가시고, 나는 집안 가축 중에서 새벽에 가장 먼저 일어나서 우는 얌생이 (염소)를 몰고 따라나섰다. 그런 습관 때문에 나는 남들이 잠자는 사이에 아침 일찍 우는 온갖 잡새들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듣곤 했던 꿩과 때까치, 섬휘파람새, 직박구리, 동박새, 팔색조 등 오십 가지가 훨씬 넘는 맑고 아름다운 새들의 지저귐은 요즘도 귓전을 울리곤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던 나의 습관 때문에 늦잠꾸러기 우리 외사촌 명규 형은 나를 ‘얌생이’라고 불렀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그때 그 시절의 ‘얌생이’는 여전히 새벽 일찍 일어나 한 날의 스케줄을 세우고 서둘러 집을 떠난 다. 산과 들에 가서 아침 일찍 일어나 노래하는 새소리를 녹음하고 또 새들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새와 함께 보내는 시간 이 많았던 나는 자연스레 새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의 아버지에게서 부지런함을 배운 나와 부지런한 동물인 새는 찰떡궁합인 셈이다. 신선한 아침, 남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회사로 학교 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와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는 새가 틀림없이 먹이를 많이 잡아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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