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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확실한 죽음 앞에서만 진지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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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21일, 베로니카는 드디어 목숨을 끊을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세 들어 살고 있는 수녀원의 방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난방을 끈 다음, 이빨을 닦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작가는 첫 문장으로 독자를 홀리고 싶어한다. 브라질 출신 파울로 코엘료(54)의 장편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첫 페이지는 그렇게, 자극적으로 시작했다.
스물네 살 베로니카. 그녀는 젊었고, 남자친구들을 만족시킬 매력과, 스스로의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해 주는 직업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침대 탁자 위에 놓인 수면제 네 통을 오 분만에 모두 비웠다. 가장 큰 이유는 삶이 너무 뻔했다는 것. 젊음이 가고 나면 그 다음엔 내리막길이다. 어김없이 사라져 가는 친구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가까스로 살아난 베로니카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정신병원 ‘빌레트’. 그는 여기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 일주일 뒤면 심장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의 그것이 아닌, 일주일 뒤면 명확히 찾아올 죽음. 현존하는 공포.
작가 코엘료의 언어 연금술은 이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시한부 삶의 벼랑에서 절실하게 느껴지는 생의 순간순간을 빛나는 문장으로 담금질 하는 것이다.
사실 도전도, 열정도 모험도 없는 삶이란 얼마나 건조한가. 복에 겨운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중의 하나라고 인정받는 캐나다의 통계는 그 우울한 소리가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15~34세 인구의 40%, 35~54세 인구의 33%가 어떤 종류의 정신질환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발표인 것이다. 인간은 각종 조건들이 양호할 때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다.
베로니카로 대표되는 현대인의 ‘사치’를 코엘료는 따뜻하게 감싸안으면서도, 서정적인 언어로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빌레트’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우리가 정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 ▲다수의 삶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모험을 발견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내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이다.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고마워했다. 책 마지막에 선보이는 내러티브 상의 반전은 생각지도 않았던 또 하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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