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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지난 겨울의 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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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의 심방





아직 겨울이다. 동토위에 잔설이 이불처럼 덮여 있다.
그래도 양지 바른 곳엔 제법 온기가 도는 듯해 보였다.
눈이 와서 땅이 녹아 질퍽질퍽한 것이 걷기가 매우 불편했다.

옆구리에 성경책을 끼고, 재 넘어 심방을 가고 있다.
성도들은 걸어서 10리가 넘는 산골길을 멀다하지 아니하고
주일마다, 주일 밤마다, 새벽마다 교회에 나와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한다.

그런데 나는 한 달 만에 넘어가는 심방 길이 불편스럽다고 투덜거린다.

‘이놈의 종은 언제 사랑의 용광로에 들어가서 가슴이 데워질는지 모르겠다.’

그때 바로 앞 둑 밑 양지 바른 곳에서 노오란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앞에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하나님이 어깨를 짓누르셔서 무릎을 꿇게 하셨다.

‘대지(大地)는 하나님의 젖가슴이군요.
저 노오란 생명체를 하나님이 내어 밀어 주시지 아니하면,
나, 그리고 인류는 무엇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어머니 젖꼭지에 하아얀 젖이 솟구치듯,
내가 밟고 있는 이 대지가 하나님 어머니의 젖무덤이군요.
이렇게 생명을 솟구쳐 주시는군요.’

새봄 새싹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하나님 어머니의 젖가슴을 걷기 불편하다고 해서
원망하며 걸어왔던 심방 길이 죄스럽고 죄스러웠다.

나에겐 이 땅이 땅이 아니다.
밥상이다. 어머니의 젖가슴이다.
지난 겨울, 다시 얻은 하나님의 가슴이다.

- 윤대영 목사 (부천 처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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