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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울지마 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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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 

-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 


지난 10월은 한창 서울기독교영화제를 준비하던 때라 상영관의 시설 점검차 종로 서울극장에 자주 가곤 했다. 상영관을 둘러보던 영화제의 기술팀장 등이 신기한 일이라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조 피디님, 영화가 막 끝나고 관객들이 빠져나오는데, 하나같이 울면서 나옵디다. 특히나 일흔 살 정도 보이는 할머니께서 울면서 나오시는 겁니다.” 

무슨 영화냐고 물어보니 ‘울지마 톤즈’란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지만, 주어진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아이디어를 심어놓듯 내 머릿속에서 계속 자라났고 지난주 이 영화를 봤다. 이른 아침 시간에 20명 정도의 관객이 나와 함께했다. 내 뒷자리에 앉아 있는 서너명의 아줌마들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손수건을 꺼내놓고 영화 내내 계속해서 훌쩍거렸다. 

이 영화는 올 1월에 별세한 이태석 신부와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통해서 그가 걸어왔던 길을 어떤 극적인 구성없이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단은 정치적인 불안 속에서 계속되는 내전 때문에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끌려가고 어른들은 기아와 그로 인한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던 때에 이태석 신부는 의대 출신답게 의사로 자원해서 아프리카 수단에 들어갔다. 

그는 특유의 선한 인상과 환하게 웃는 얼굴로 톤즈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함께 부대끼면서 이루어 나갔다. 가장 소외된 사람들인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 전체를 진료하였다. 아프리카 최대 질병인 말라리아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백신’을 보관하기 위해 전기가 없는 그 땅에 태양열전지를 직접 설치, 냉장고를 가동시켰다.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에게 ‘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학교를 건립하였고, 꿈을 심어주기 위해 음악을 가르쳤다. 수단 최초의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연주하게 하고 이를 모든 톤즈와 같이 나누었다. 

의술, 공학, 교육 그리고 음악적 재능까지 그는 수단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치 우리가 책으로 배웠던 슈바이처처럼 말이다. 그러나 슈바이처 박사는 이 모든 것을 평생을 통해 이루었지만 이 신부는 10년 만에 이루었다. 그 대가로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한 채 생전의 애창곡인 윤시내의 노래 ‘열애’처럼 그의 생명이 다하도록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마흔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불꽃같이 태워버렸다. 톤즈에서 그를 기리는 장례의식이 행해지던 날은 총성도 분쟁도 없었다. 그가 가르친 브라스밴드의 행진은 톤즈를 하나로 만들었다. 

이 영화가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것은 아마도 그가 이 세상에 미련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가슴을 쥐어뜯는 홀어머니,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아버지로 여기며 기대고 맞대던 그의 사랑 톤즈를 죽는 순간까지 그리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목적으로 서로 교감을 주고받는 공명현상을 느낄 때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아마도 영화는 그것을 가장 극대화하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날 즈음 잔잔히 흐느끼는 객석들 속에 몇 년 만에 만나는 내 눈물도 있었다. 선한 마음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보듬어내는 그의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분과 너무 닮아 있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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