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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독에 대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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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칼럼] 고독에 대한 감사

- 강준민 목사(LA 새생명비전교회 담임)


나는 고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독에 대해 감사한다. 고독은 외로움이다. 외롭다는 것처럼 고통스런 감정은 없다. 고독은 고통이다. 어른이 되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까닭은 언젠가는 홀로 남게 될 것이라는 인간 실존 때문이다. 외로움에 직면해야 한다는 고통 때문에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차피 직면해야 할 외로움이라면, 어차피 품고 살아야 할 외로움이라면 외로움과 친해지는 것이 좋다. 외로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성큼 맞이하게 될 외로움의 날들은 고통의 날들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홀로 이 세상에 왔다가 언젠가는 홀로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우리가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대상이 있다면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우리 자신과 함께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동행해주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는 자신과 함께 홀로 그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 외로움과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신과 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묵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가장 힘든 것은 홀로 있는 시간이었다. 홀로 있는 시간에 정직하게 자신을 대면할 때 참으로 어색했다. 불편했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거짓 자아 속에 갇혀서 진정한 자아를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홀로 있는 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자신과 대면하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우리는 고독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독을 피하지만 말고, 고독과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고독을 잘 다루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고독은 잘만 다루면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지혜를 준다. 고독은 우리로 하여금 성숙한 인간이 되도록 도와준다. 바레는 “아! 고독이여 내가 천한 인간이 되지 않은 것은 오직 그대 덕분이다.”고 말했다. 고독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고독을 받아들여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고독을 받아들이는 길이 지혜로 가는 길이라 했다. 고독 앞에 설 때 우리는 지혜를 얻게 된다. 왜냐하면 고독은 우리를 깊음의 세계로 초대하기 때문이다. 깊음은 내면에 있다. 우리는 고독을 통해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고독의 순간에 우리의 영혼은 가난해진다. 고독의 순간에 우리는 침묵하게 된다. 침묵의 세계는 깊음의 세계다. 우리의 문제는 침묵하지 못하는 데서 많이 생긴다. 성숙하지 못한 언어, 침묵을 통해 무르익지 않은 감정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 침묵하면 우리의 언어는 성숙하게 되고, 우리의 감정은 절제된다. 침묵은 우리의 내면의 불꽃을 돌보도록 도와준다. 침묵은 우리의 언어를 무르익게 만들어준다. 침묵은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해준다. 침묵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도록 도와준다. 우리를 침묵으로 이끌어주는 고독은 결코 우리가 도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고독의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을 갈망하게 된다. 고독의 순간에 우리는 내면의 깊은 성소에 들어가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하나님의 품에 안기게 된다. 그때 우리의 고독은 신비로 변한다. 고독은 신비의 세계와 접촉하도록 도와주는 은총의 도구가 된다. 

고독은 내면 깊은 곳에 들어가 안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아도,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해도, 그 존재만으로 넉넉할 수 있는 자리로 인도해 준다. 에릭 프롬은 인간의 삶의 양식을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으로 구분했다. 우리를 참으로 넉넉하게 해 주는 것은 존재양식이다. 우리는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족할 줄 아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길은 고독과 친해지는 것이다. 

어릴 적에 혼자서 노는 법을 터득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여백을 선물할 줄 안다. 누구도 집착하지 않고 누구도 억압하려고 하지 않는다. 소유가 아닌 존재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자리에 이르게 된다. 

고독할 때 너무 외로워하지 말라. 오히려 고독할 때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 하나님을 만나도록 하라. 내면 깊은 곳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불안한 마음을 고요케 하시는 분이시다. 외적인 부를 능가하는 내적 부요의 원천이 되신다. 우리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되신다. 그래서 나는 고독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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