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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헛제삿밥과 서번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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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동에 갔을 때다. 유교문화에 토대를 둔 내륙지방인 안동은 양반님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전통 음식점도 많았는데 한 식당에서 만난 헛제삿밥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제삿밥도 아닌 헛제삿밥이라 즉시 주문을 했다. 이윽고 상어고기, 각종 나물, 전, 고등어, 약밥, 떡, 산적 등이 푸짐하게 나왔다. 맛은 대체로 깔끔했고 전형적인 건강식처럼 보였다.

헛제삿밥은 간고등어와 함께 안동의 명물이기도 했는데 그 유래가 궁금해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 얘기는 이랬다. 제사 음식이긴 하나 죽은 사람을 위해 차리는 것이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해 차리는 제사 음식이라 해서 헛제삿밥이라 했다. 예전부터 안동지방에는 양반이 많았고 각종 제사가 끊이지 않았다. 제삿날에는 기름진 밥에 각종 고기며 나물이 종류별로 상에 올랐고 생선도 좋은 것만 올랐다.

양반들은 항상 이런 걸 먹었지만 그렇게 한 상 차리고 먹는 게 편치만은 않았다. 함께 살고 있는 상민 등 아랫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사를 많이 지내던 양반들이 보니 제사 때마다 아랫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목격했다. 제사를 지낼 수 없었던 상민들이 제사 음식으로 쌀밥 등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자기들끼리 배부르게 먹으려니 미안한 마음도 있었던 한 양반이 제사를 지낸다는 핑계로 제사상을 차려 아랫사람들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제사가 아닌 헛제사를 드려 자기집을 위해 일하던 일꾼들에게 베풀었다는 이야기였다.

이같은 헛제삿밥이 식당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이라 한다. 당시 안동시가 안동댐 건설로 수몰 직전의 고가옥을 야외박물관 자리로 옮긴 뒤 전통음식점으로 활용토록 하자 이곳에 입주한 한 할머니가 ‘안동 칼국시’와 함께 처음 메뉴에 넣어 팔았다고 한다. 1년 후부터는 헛제삿밥만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90년대 들어 안동과 대구를 중심으로 줄줄이 생겨났다.

헛제삿밥의 유래를 통해 우리는 섬김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섬김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섬겨야 진정한 섬김이 된다. 그것은 마치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집안 식구 모두가 아기를 보살피고 섬기는 것과 같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기를 왕처럼 섬기지 않는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을 기억해보라. 선생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기신 것처럼 참된 섬김, 섬김의 리더십은 높은 자가 낮을 자를 섬길 때 시작된다.

- 곽선희 원로목사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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