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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의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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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참맛   
 
- 최문자 시인 (협성대학교 총장)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행운’이라고. 세잎 클로버 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신기해서 엎드려 그 잎을 만져보려는 순간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게 되었다고 해서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꽃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럼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알고 있는가?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클로버 잎 하나 차이로 ‘행운’과 ‘행복’은 이유 없이 크게 차별화되어 있다. 

행복한 세잎 클로버 밭을 신발 신은 채로 밟으면서 우리는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지나 않을까? ‘행복’보다 ‘행운’을 더 매력적으로 여기면서 ‘행복’을 밟고 행운을 찾아 헤맨다. 

‘행복’이 얼마나 좋은 것인데, 어찌 보면 노력 없이,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얻거나 찾게 되는 것이 행운인데, 이 ‘행운’을 우리는 더 사랑하고 좋아하고 기대하는 것 같다. 목적을 가지고 네잎 클로버만 재배하는 풀밭이 있다고 들었다. 그 풀밭에서는 아마 세 잎을 가진 행복의 클로버가 더 빛날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과 행운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큰 은혜를 받은 적이 있다. ‘3 or 4 그리고 무한’이라는 제목의 설교였다. 제목부터가 특이했으므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듣게 되었다. 

3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늘 4쪽을 바라보면서 3에 서 있다는 것에 대하여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3이라는 가치에 대하여는 아무런 느낌이 없고, 겨우 1이 더 많은 4쪽을 한없이 바라보며 자기 비하, 자기 포기, 자괴감까지 느끼면서 4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3이 주는 행복과 만족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4쪽에 서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3쪽을 바라보며 늘 감사하고 만족해하는 것이 아니라, 3쪽엔 관심도 없고 4쪽을 넘어서 머나먼 무한의 가치에 대한 생각으로 4 이하의 모든 숫자가 갖는 의미를 여지없이 삭제시킨다고 한다. 

얼마 전 나는 ‘0의 맛’이라는 시를 썼었다. 

“그가 가르쳐준 맛이다/ 시간이 갈수록 미치지 않는 맛/ 모든 뿌리가 같아지는 맛/ 바람이 심한 날도 날아가지 않는 질긴 무게의 맛/ 뚝 끊어진 절정 위로 한없이 내려오는 희미해지는 맛/ 잔뜩 독이 든 혀로/ 맛을 찾는다/ 찾을 수 없는 희미함의 세계/ 0의 맛” 

0의 맛은 하나님이 가르쳐준 참맛이다. 미친 시간이 지나가도 미치지 않는다. 세상 것 다 날아가 버려도 0의 맛은 날아가지 않는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비중 커지는 머나먼 숫자의 맛보다 나는 0의 맛을 사랑한다. 0의 맛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세잎 클로버를 짓밟고 네잎 클로버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싫어하는 ‘0의 맛’을 나는 너무 좋아하고 있다. 잔뜩 독이 든 혀로는 0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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