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유아들의 소망

첨부 1


유아들의 소망 

- 이원영 교수(중앙대 유아교육과)> 
 

얼마 전 친구가 상담을 청했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손자손녀들과 놀아 주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자식들 집을 방문하는데 네 살짜리 손자가 매번 더 놀아 달라고 매달리기도 하고, 엉엉 울며 따라가겠다고 조르곤 해서 난감하다는 것이다. 

갈 때마다 그날 놀 만큼은 충분히 놀아 주는데도 아이들은 왜 이럴까? 이럴 때 할머니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집에 돌아가 남편도 챙겨야 하므로 결국은 고사리 손을 뿌리치고 문을 나설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외손자 준기가 만 5세였을 때 내가 한참 놀아주고 돌아가려고 하니 단호한 표정으로 “할머니! 우리하고 살자”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여기서 살면 할아버지는?” 했더니 잠깐 고민한 후에 “할아버지는 혼자 양평에 사시면 되지” 했다. ‘어린 손자들의 집과 할머니 집은 국이 식지 않는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손자들을 돌볼 때마다 참으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은 부모가 직장에 나가고 나면 상실감을 느낀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아무리 잘 돌봐주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재미있게 지내도 허전하다. 때문에 이런 아이들은 모두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할머니가 함께 살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엄마 아빠는 아니더라도 자기들을 사랑하고 놀아주는 가족이 있으면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할아버지들은 부인이 손자를 찾아갈 때도 따라 나서지 않는다. 어차피 아이들과 놀 줄도 모른다는 핑계다.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 양육에 거의 동참하지 않았고 부모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는 세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긴 하다. 

동물 및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겐지 박사는 한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려면 아이들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정신이 건강한 어른이 최소 20명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음의 그릇이 커서 민감한 아이는 100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할머니를 애타게 붙드는 아이들은 마음에 사랑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계속 누군가 자기 옆에 있으며 정을 나누기를 바라는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대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른들이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나누며 즐겁게 놀고, 여의치 않을 때는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 

또 직장문화가 가정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적어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저녁밥을 먹으며 하루 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우리 기업 문화는 늦은 퇴근에, 야근에, 1차 2차로 이어지는 회식으로 밤이 깊어서야 부모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은 혼자 자라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부모들이 아이 돌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엄마 아빠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성경에도 자식교육은 부모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되어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