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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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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 임한창 국장(국민일보 종교국)
 

인구가 딱 100명인 마을이 있었다. 이장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실태를 자세히 조사해 보았다. 백인이 30명, 유색인종이 70명이다. 남자 48명, 여자 52명. 그중 50명은 영양실조로 고통당하고 있었다. 1명은 먹을 것이 없어 지금 굶어 죽어가는 중이다.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은 7명,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이 17명,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14명이다. 40명은 물이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 기독교인은 30명이었다. 

힘 있는 자의 배려

이 마을은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종교 갈등으로 인한 인질극이 종종 벌어졌다. 마을 동쪽에 위치한 유전의 소유권을 놓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다. 주민들은 좀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마을 사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주민 10명이 마을 전체 재산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30%의 재산을 놓고 90명이 싸우는 형국이다.

흉년이 닥칠 때마다 빈부 격차는 점점 심화되어 갔다. 부자들은 시장경제와 자유경쟁 이론을 내세워 부를 축적했다. ‘심은 만큼 거둔다’는 부자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부자들에게는 배려와 사랑의 마음이 없었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과격하게 ‘공정한 분배’를 요구했다. 결국 부자는 빈자를 깔보았고, 빈자는 부자를 증오했다. 이 마을에 평화가 깃든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작은 책이 있다. 68억 인구가 사는 세계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시켜 통계를 정리한 책이다. 그것을 토대로 오늘날 지구촌 문제를 픽션으로 각색해 보았다.

지금 글을 읽을 수 있고,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다면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가족이 먹을 양식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목마를 때 시원한 생수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면 당신은 특권층에 해당한다. 이런 좋은 환경에 살고 있으면서도 감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100명의 마을에 평화가 정착되려면 힘 있는 자, 가진 자의 배려가 필요하다. 시장경제나 자유경쟁은 쌍방이 어느 정도 동등한 힘을 가질 때 의미가 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의 자유경쟁은 공허한 이론이다.

인생은 함께 가는 여행

금융위기를 겪을 때마다 지구촌 사람들의 소득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보다는 기업인의 아름다운 기부와 교회의 사랑실천이 훨씬 바람직하다. 최근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등 40여명의 억만장자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약 150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아름다운 헌신이다. 국내에서는 왜 이런 감동적인 선언이 없는 것일까.

우리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중산층 다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계속 친 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가진 자들의 겸손한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

천국의 문은 매우 좁고 낮다고 한다.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교만하고 거만한 사람은 낮고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없다. 천국은 겸손한 사람,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된 낙원이다. 인생은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다. 모두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인생은 단독 여행이 아니다. 함께 걷는 여행이다. 대열에서 낙오된 사람을 보듬어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삶에 지친 사람의 짐을 함께 들어주며 동행하는 여행이다. 100명의 마을에서 ‘사랑과 화합의 하모니’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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