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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눔이 꽃피는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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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 꽃피는 캠퍼스 

- 최문자 시인 (협성대 총장)
 

대학이 글로벌 시대에 진입하면서 국제화, 세계화, 계량화를 뒷받침하는 경제 논리에 밀리는 동안 인문학의 기저는 좁아지고 가슴과 열정과 지성보다 더 앞서는 현실상황 앞에서 젊은이들은 메마른 고민에 빠져야만 한다. 등록금과 취업, 아르바이트, 외국어에 대한 압박. 맘 놓고 맘에 드는 책 한 권 느긋하게 읽을 수 없는 시간의 필름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2010년의 끝자락 대학가에선 사랑이 번지고 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도 학생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수건을 쓴 학생들과 함께 나는 독거노인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총장이 기획해서 총장이 벌인 것이 아니라 33대 총학생회가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총장, 교직원, 주민과 행정기관이 그 행사에 참여했다. 

총학생회는 1년간 학생회 예산을 쓰고 남은 돈으로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예산을 꼭 쓸 데만 쓰고 아끼고 아낀 돈으로 독거노인들을 도왔다. 화성시 봉담읍 독거노인들을 돕기 위하여 지역 주민들도, 봉담읍도, 농협도 김장을 거들고 도왔다. 

서투르지만 배춧잎을 한장 한장 넘기며 양념을 정성껏 넣는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매우 흐뭇했다. 이번 ‘사랑의 김장 나누기’를 하면서 학생 스스로도 만족해하고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도 받고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서 매우 기뻤다. 

이렇듯 연말을 앞두고 대학가는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대학에서도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릴레이가 잇따르고 있다. 

한 시대 정치와 이념에 휩싸여 대학가는 최루탄 냄새와 결강과 데모와 소요로 청년의 응집된 힘은 학문과 지성을 떠나 정치 사회에서 이루었어야 할 것들을 대신 해결했고 민중의 문제를 학생들이 풀어간 시절이 있었다. 또 분노와 격정을 참아내지 못해 대학 내 음주와 흡연은 그때부터 눈에 띄게 늘어났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남을 돕거나 소외계층에 눈 돌릴 겨를이 없었다. 

이제 대학은 혼자 서 있는 지성만을 위한 전당이 아니다. 지역 어린 아이들도,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나 노인들도 찾아와 무엇인가 배워가고 서로 나눌 수 있는 나눔의 공동체로 큰 역할을 해야 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우리 대학도 한때 구성원 간에 대립하고 갈등을 겪으며 캠퍼스 내에 긴장감이 고조되던 시절이 있었다. 끈질긴 기도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노력으로 우리 대학은 이제 화합과 사랑을 회복하며 작은 것도 나누고 있다. 

화합과 결실을 위해서는 대학 내 공동체는 물론 산학연도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진정한 협력이 가능하다. 쓰고 남은 것을 나누기보다 나누기 위해 미리 준비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이번 행사를 통해 더없이 소중하다고 느껴졌다.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 뿌듯한 봉사소식은 차갑고 쓸쓸한 연말을 따스하게 녹여주는 것 같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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