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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교회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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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를 위한 변명 

- 백상현 기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세상의 모든 보도에 100% 객관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주관이 가미된 객관이 있을 뿐이다. 방송 보도도 따지고 보면 주관에서부터 시작된다. 기획과정부터 ‘이게 이야기가 될까 안 될까, 사회적 파급력이 있을까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한 방송의 기획취재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객관을 표방하며 양비론적 입장을 취한 시사 프로그램이 한국교회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프로그램이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주장했지만 사실은 자극적인 동영상 2편을 앞세워 불교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템플스테이를 옹호했다는 것이었다.

방송 스토리 라인은 이렇다.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과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 동영상, 템플스테이, KTX 울산역사 명칭 문제를 계기로 종교간 갈등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똑바로 처신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보편타당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은 개신교의 공격성·배타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담고 있었다. 왜냐하면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예산이 반토막 나고 울산역 외벽에 통도사 명칭이 붙지 않은 데 불만스러워하는 불교계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종교간 갈등의 핵심인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종교편향 논란 현상을 깊이 분석하지 않고 이웃 종교를 이해해보라는 이상적인 이야기로 덮어버렸다. 템플스테이를 멋지게 즐기는 기독교인(?)을 클로징으로 말이다. 

사실 종교편향 논란은 2008년 특정종교가 ‘기도 세리모니’ ‘지리정보 시스템 사찰 누락’ ‘공직자 종교차별’ 등 경미한 사안을 놓고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고 종교편향 논란을 부추기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엄격한 잣대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문제를 제기한 종교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팔공산 불교테마공원과 템플스테이, KTX 울산역 명칭 건이다. 

그런데도 프로그램 제작자는 불교테마공원과 역 명칭 논란 속 헌법이 명문화한 정교분리 원칙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희석되는 현상을 짚어내진 못했다. 또 문화와 종교라는 모호한 경계선을 넘나들며 새 건물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가져가는 특정종교의 문제점을 파헤치지 못했다. 다만 정부가 의견수렴을 않고 한쪽 종교의 입장에서 추진한 정책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나름대로의 성과라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민족·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속에 성장한 특정 종교가 장로 대통령 취임 이후 반발하고 나선 이유와 개신교가 침묵 끝에 발끈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선 얼씬도 못했다. 정치가 종교를 활용한 것도 찾지 못했다. 대신 불교·천주교·학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동원해 개신교가 공격적 선교를 펼친다고 훈수를 두기에 바빴다. 개신교 전문가들의 입장을 청취하지 않고 조잡한 동영상으로 대체해 논리를 비약시키다 보니 개신교가 광신도 집단으로 비쳐졌다. 

그럼 ‘불교테마공원’과 ‘역 명칭 논란’이라는 두개의 축을 놓고 가지치기를 해보자. 위에서 제기했듯 최근 종교간 갈등의 본질은 특정종교에 편향적인 정책이 민족문화라는 이름아래 추진되고 있으며 거기에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여러 종교계의 의견 수렴 없이 행정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헌데 방송은 봉은사 땅 밟기부터 다뤘다. ‘희한한 정신 구조 속에 사는 개독교인들의 모습’부터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부터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기 시작한다.

사실 땅 밟기 논란은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다. 일부 기독교인의 일탈행동, 소영웅주의의 결과다(참고로 이 동영상은 봉은사가 직영으로 전환되는 민감한 시기에 터졌다.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은 여기에 반발하며 조계종 승적을 불태우겠다며 지도부에 맞섰다). 잘한 건 없지만 그렇다고 당사자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죄하는데 굳이 카메라를 들이댄 이유는 뭘까. 저쪽에선 어떤 이유로 동영상을 찍었고 그걸 방송국에 제공하는 당당함을 보였다. 종교인으로서 관용의 상도덕(?)은 사라지고 ‘언론플레이’만 보였다. 

근데 화면은 4개월 전 폐기처분했다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동영상으로 곧바로 넘어간다. 동영상은 ‘사탄숭배’ 등의 자극적 이야기가 나와 일반인이 보기엔 거북한 내용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 보다는 자극적인 동영상으로 개신교인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종교편향 문제에 접근 한 것이다. 

이제 다시 방송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프로그램은 첫째 불교테마공원이 왜 중단됐는지에 비중을 뒀다. 왜 저지운동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개신교의 입김에 따라 사업이 축소·변경된 사실을 짚은 것이다. 

먼저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대구 기독교계가 어떤 환경 속에서 지내왔는지 알 필요가 있다. 대기총 한 관계자의 말이다. “불교는 석탄일이 되면 1개월간 연등행사를 가집니다. 황당한 건 지자체에서 그 돈을 모두 대준다는 겁니다. 반면 개신교는 성탄절이 되면 1주일도 못돼 우리 돈으로 세운 크리스마스트리를 철거해야 합니다. 지역주민의 반발이 크다는 이유죠. 우린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이런 불편을 수십년 간 겪어 왔어요. 

그런데 장로 대통령 취임 이후 기독교에 종교편향 문제가 있다고 특정종교가 주장하고 나온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가 대뜸 1200억원짜리 불교테마공원을 꺼냈습니다. 이 문제를 파헤치면서 1년에 185억원이 지원되는 템플스테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사실 종교편향 문제는 그걸 내세운 해당 종교에 있었던 겁니다. 문화체육광광부 종교차별신고센터에 석탄일 지원과 불교테마공원, 템플스테이에 종교편향 소지가 있다며 신고했는데 답변이 뭔지 아십니까. 문화사업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에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초조대장경을 매개로 1200억원짜리 불교테마공원을 만든다는 사업의 핵심엔 100억원짜리 템플스테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템플스테이는 문화재 보호사업이 아니다. 그저 사찰에서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휴양 프로그램이다. 대기총이 문제 삼았던 게 바로 이것이다. 

프로그램은 이런 문제는 다루지 않고 은근슬쩍 문화재 관리 문제를 집어넣어 마치 개신교가 역사의식조차 없는 집단처럼 몰아갔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대기총은 지금도 문화재 보호에 얼마든지 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문제를 더 좁혀서 대기총과 동화사간 논쟁의 본질은 무엇일까. 방송이 다루지 않았지만 시비와 지방비 100억원이 투입되는 템플스테이 사업의 목적이 전통·민족문화 보호와는 달리 전혀 엉뚱한 데 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동화사는 내부 문건에서도 밝히고 있듯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불교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대기총이 “국고지원 문제를 제기하면 전통 문화로 방어하고 혜택을 누릴 땐 포교로 써 먹는다”며 “불교가 국고 820억원을 후원받으며 템플스테이를 포교에 활용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방송에서 불교계는 이렇게 항변했다. “우리가 먼저 하자고 한 것도 아니다. 정부가 하자고 해놓고선 이제와 저런다.” 그렇게 모호한 사업이었다면, 종교의 순수성을 해칠만한 사안이었다면 애초 정부 제안을 거부했어야 했다. 혜택은 혜택대로 받아놓고 이제와 문제가 생기니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 

결국 문제의 실체는 이렇다. 종교편향 논란으로 기독교가 공격을 받던 중 올해 초 영남권 교계를 중심으로 그 실상이 밝혀진다. 영남권 교계는 이 문제를 전국 문제로 이슈화 시켰고 불교계는 자극적인 동영상을 앞세워 땅 밟기 등 한국교회의 비이성적 행동을 비난하면서 종교갈등 문제로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방송이 짚어내지 못한 종교간 갈등의 전모다. 영남지역 교인이 줄어들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선교 역량을 강화를 하다보니 타 종교와 충돌했다는 학자들의 말은 탁상에서 나온 것이니 더 이상 언급 않겠다. 

방송은 둘째, KTX역 명칭의 부적절성 보다는 통도사라는 부기가 떨어져나간 것에 초점을 맞췄다. 즉 기독교계의 주장에 한국철도공사가 원칙 없이 굴복했다는 것이다.

명칭의 부적절성 문제는 상식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뒤집어 생각하면 간단하다. SBS를 예로 정말 있을 수 없는 가정 하나 들겠다. 방송사 근처 지하철역을 ‘목동역(CBS방송)’으로 했다면 SBS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지했을 것이다. 왜? 보편·타당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역 명칭은 적어도 천안아산(온양온천역)처럼 지역적 특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했다. 의견수렴 과정 없이 통도사를 부기하기로 한 것은 개신교의 잘못아 아니라 선정을 잘못한 울산시에 있다. 따라서 서울역(여의도순복음교회)이 될 수 없듯 울산역(통도사)도 안 된다. 이런 문제는 따지지도 않고 방송은 행정절차상 역 명칭이 중간에 뒤집어 졌다며 성토하는 불교의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 

방송에서 명진 스님이 외친 단어가 생각난다. “공정한 경쟁.” 이건 대기총 목회자들이 1년 내내 외쳤던 말이다! 1년에 수백억씩 국가로부터 예산지원 받지 말고 공정하게 종교의 순수성으로 승부를 걸자는 것이다. 어디서 자극적인 동영상을 찾아내 언론플레이 하지 말고, 종교편향 운운 않고 말이다. 

*기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상당한 재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특정종교가 템플스테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꼭 국가 재정을 지원 받아야 하냐는 것이다. 염주 만들기를 하고 108배를 하며, 새벽 예불 등 불교체험 프로그램에 말이다. 

*명진 스님이 방송에서 기독교 사학재단에 지원되는 예산이 엄청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건 뒤집어 생각하면 낯 뜨거운 발언이다. 그만큼 종단의 선배들이 민족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교육사업을 등한시 했다는 말 아닌가. 잘 모르시는 것 같아 한 말씀드린다. 사립학교에 지원되는 돈은 템플스테이처럼 100% 포교에 활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수와 광주지역 기독교계가 국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방송은 두 곳에 집행된 국가 예산을 밝히지 않았다. 왜일까.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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