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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의 작품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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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작품 ‘곡선’ 

- 최문자 시인 (협성대학교 총장)  
 

직선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독일의 아우토반, 미국 동부와 서부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이런 도로들은 인간이 자랑스러워하면서 만들어낸 직선들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넓은 벌판을 뚫고 직선으로 도로가 뚫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진행시키면서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88고속도로 등 서울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뻗어 있는 도로는 거의가 다 직선이다. 인간은 직선이 이루는 최단거리를 즐기나 보다. 

그런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가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도시 전체가 곡선이다. 가우디는 곡선의 미술양식으로 세계적인 걸작품을 남긴 공로자라 볼 수 있다. 

건축물의 한 예로 고층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지중해를 닮은, 마치 물결치는 듯한 물결선을 살린 건물이 들어서 있고, 금방 코끝에 바다냄새라도 닿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물들이 서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내부로 올라가면 벽은 반듯하지 않고 원형으로 굽어 있으며, 계단 하나하나는 크기와 모양과 높이가 각각 달랐다. 녹슨 수도꼭지 손잡이, 창문, 창틀까지 세심한 곡선들로 이루어졌다. 

버섯 모양의 세면대, 아이스크림 모양의 천장, 배로 된 벽난로, 벽에서 천장으로 유리창의 나선무늬까지 모두 곡선이다. 여행 중에 나는 물고기 지느러미 모양의 옥상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레이알 광장, 카탈루냐 광장, 보케리아 시장, 람블라스 거리. 지중해를 눈앞에 둔 건물과 도시의 거리는 하나의 작품이며 도시 전체가 환상적·독창적으로 재창조된 미적 공간이었다. 

건물 하나하나, 장식품 하나하나에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이루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자연은 결코 직선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매혹적인 것들은 모두 자연을 닳은 것들이었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사랑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 

직선은 곧다는, 뚫고 나가는 강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살해기구와 상처를 주는 것들은 직선으로 되어 있음을 또한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언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직설적 언어, 직설적 비난, 직감으로 갖는 오해, 모두 위험한 것들이다. 

4대강 사업 논란이 뜨거운 이 시점에 나는 이런 도시건축 사업을 꿈꿔본다. 강가에 조성된 특별한 도시, 환상적인 이런 도시는 어떨까? 강물을 눈앞에 두고 서 있는 둥근 가로수, 요트가 지나갈 적마다 빠르게 열리고 닫히는 물결 모양의 다리, 강가 넓은 산책로에 온갖 익살을 담은 행위예술의 활기찬 공연장, 사이사이로 은빛 모래밭, 예술인들의 얼굴 모자이크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의 빛, 그 사이로 보이는 예배당. 

최단 거리에서 얻는 큰 이익도 중요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사업실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 훗날을 생각하며 시인이 꿈꾸는 곡선의 세계, 이런 4대강 사업은 어떨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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