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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어 조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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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교육 
 
- 이원영 명예교수 (중앙대 유아교육과) 
 

어려서부터 영어학원을 다니는 만 5세 유아의 이야기다. 그 애의 엄마는 아이의 발달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궁금해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인성, 사회적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발달 전반에 관한 유아발달검사를 하는 곳을 찾았다. 그동안 많은 돈을 투자해 항간에서 가장 유행한다는 최고의 학원에서 영어 중심 교육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검사실에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오면서 아이는 검사자에게 “Nice to meet you”라고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말했다. 엄마의 눈은 자랑스러움으로 반짝였다. 마치 “내가 아이 교육은 제대로 했어요. 그렇지요?” 하며 검사자의 인정을 받고 싶은 모습이었다. 

엄마를 내보내고 만 5세 유아와 마주 앉은 검사자는 아이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들어주고자 하는 어른이 자기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아이는 조심스레 검사자 옆으로 오더니 우리말로 “선생님, 난 영어유치원(영어학원) 다니고 싶지 않아요. 한국말 하는 유치원 다니고 싶어요” 했다. “그래? 엄마한테 말씀드리지” 했더니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우리 엄마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마세요” 했단다. 

검사가 시작된 뒤 검사자는 또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만 5세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이다. 검사자가 더 쉬운 말로 풀이해주자 “영어로는 아는 것 같기도 한데 한국말로는 몰라요” 했다. 아이는 계속 엄마가 있을 법한 바깥쪽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어 습득 시기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음을 변별할 수 있는 음감훈련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다양한 음악소리를 들어보는 것, 음의 높낮이, 박자, 음의 길이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얼굴과 말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많고 다른 말도 많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고 싶게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실질적인 외국어 학습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에 교과서를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한다. 

물론 언어 습득은 개인차가 커서 태어날 때부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언어 습득도 정확하고 빠른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일생 동안 배워야 겨우 외국어를 익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차가 많아도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원칙이 있다. 유아교육의 창시자 코메니우스가 말했듯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도록 해야 하고, 인성의 뿌리가 확실히 내려져야 하며 도덕성의 기초가 잡혀야 하고 모국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학습은 어디까지나 그 다음의 일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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