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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殺(살) 처분 당하는 농가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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殺처분 당하는 농가의 아픔 
 
- 정충영 교수(경북대 명예교수)


온 나라가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청정지역도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살(殺)처분은 전적으로 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통 밤을 새워가며 10시간이 넘는 살처분 작업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 없이 다시 초소 근무를 해야 합니다. 살처분 현장에 참여했던 어느 직원은 밥도 못 먹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살처분을 당하는 농가의 주인들은 그야말로 초죽음입니다. 어느 농부는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가고 어느 아주머니는 울부짖으며 자기도 함께 묻어 달라고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함께 웁니다. 사람으로 못할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같았던 소를 땅에 묻어야 하는 심정을 당하지 않고는 모를 것입니다.

구제역으로 가족처럼 아끼던 소를 땅에 묻어야 했던 한 축산농의 아들이 살처분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매몰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서술형으로 고친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셨다. 19일(2010년 12월) 밤 11시, 파주시 축산계장에게서 농장이 예방적 살(殺)처분 대상에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12일 출하를 위해 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구제역 오염농장을 들렀던 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0일, 살처분을 위해 농장 한가운데를 파서 매립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121마리를 묻은 곳에서 편히 살 수 없다고 눈물지었다. 매립지 때문에 살처분은 하루 연기됐다. 21일 오후 3시, 살처분을 하기 위해 방역담당 여자직원 1명과 남자직원 1명이 농장에 왔다. 우리 가족은 이 사람들에게 항의도 하고,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후 5시, 파주시 관계자가 찾아와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예방적 살처분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사정했다. 이 직원은 어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후 6시, 아버지와 나, 동생은 마지막으로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줬다.

소들을 안락사 시키려고 주사기에 독약을 넣던 30대 여자직원은 주사기 개수를 확인할 때마다 구토했다. 이 직원은 ‘살처분 때문에 3일째 밤샘하고 있다. 1주일째 소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안락사가 시작됐다. 큰 소는 2분 만에, 암소는 1분 만에, 송아지는….

우리 농장에는 3일전에 갓 태어난 송아지가 4마리 있었다. 여자 방역직원은 송아지들의 독약 주사기를 들고는 ‘제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고 울면서 바늘을 찔렀다. 그리고는 다시 구토했다.

자정 무렵 마지막 송아지가 죽는 것을 확인했다. 농장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소들을 덤프트럭에 실었다. 22일 오전 4시30분, 파주시 직원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돌아갔다. 121마리의 소들이 밥 달라고 울어대던 농장에는 적막만 흐른다.>

구제역 때문에 육식을 못 먹겠다고 고개를 흔들고는 다른 음식점을 찾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농가들이 당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모른 채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산채로 땅에 묻어야 하는 소와 돼지들은 농가의 생명줄이자 가족 못지않게 애지중지하는 기쁨과 희망을 주던 산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살처분하는 공무원들의 노고와 함께 나누는 눈물과 슬프고 괴로운 심정들은 우리도 동참해야 해야 겠다는 진한 감동과 깨달음을 줍니다. 모쪼록 구제역에서 하루 빨리 원상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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