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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맥추감사절] 우리는 무엇을 거둘 것입니까? (레 23: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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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거둘 것입니까? (레 23:15-22)


옛날 이스라엘의 농사는 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간은 이른 비가 내리는 때인 가을에 시작해서 겨울을 지나 늦은 비가 내리는 늦봄까지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으로는 8~9월쯤에 보리와 밀을 파종하면 10월 초에 이른 비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다음 해 3~4월쯤인 유월절에 보리를 추수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가 바로 초실절입니다. 초실절에는 첫 이삭 한 단을 제사장에게 가져가 여호와께 흔들어 바치도록 했습니다. 그 후 5월쯤에 늦은 비가 내리고 나면 건기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유월절 후 50일이 지나면 밀 수확이 시작되는데 그 절기가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살피려고 하는 칠칠절입니다.

칠칠절은 밀 농사의 수확과 관련이 있으며 한 해 농사의 마지막 추수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칠칠절은 밀 수확을 기뻐하며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수확에 대해서 감사하는 절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칠칠절을 다만 감사의 절기로 지켰을 뿐 아니라 출애굽 사건과 연결해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시내 산에서 율법을 받은 것을 기념하는 절기로 이 칠칠절을 지켰다는 말입니다.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절기를 그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던 것입니다. 

누구나 처음은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처음 것은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지 비물질적인 것이든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첫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좋은 예가 아닙니까?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첫 수확은 매우 소중하고 또 의미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해마다 땅에서 거둔 소중한 첫 수확을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그들이 가장 소중한 것을 하나님께 바쳤다는 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했다는 그들의 신앙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만물을 지으신 분이십니다. 때문에 첫 수확을 비롯한 모든 것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뿐이시라는 사실을 오늘 우리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칠칠절에 대한 오늘 우리의 이해는 대체로 빈약한 편입니다. 이 절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스라엘의 절기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매년 세 번 여호와께 절기를 지킬 것을 명하셨습니다. 출애굽기 23장 14절 이하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먼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무교병의 절기, 즉 유월절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맥추절을 지키라고 하셨고 세말에 수장절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맥추절을 칠칠절 또는 맥추의 초실절이라고 불렀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오순절이라고도 불렀습니다. 하여간 이 칠칠절의 핵심은 한 해의 소산에 대해서 풍성한 수확을 허락하신 여호와께 감사하고 기쁨으로 예배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칠칠절은 감사의 절기였습니다. 그 제사의 내용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오늘 봉독한 본문 말씀을 보면 먼저 곡물로 만든 떡 두 개를 가져다가 여호와께 흔들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또 그 떡과 함께 그에 따른 전제와 일 년 된 흠 없는 어린 양 일곱 마리와 어린 수소 한 마리와 숫양 두 마리를 번제로 여호와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또 속죄제로 숫염소 하나와 일 년 된 어린 숫양 두 마리를 화목제물로 드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감사의 제사를 드릴 것을 요구하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제사에도 죄의 용서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겨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별도로 속죄제 드릴 것을 요구하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늘 강조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바로 인간의 죄입니다. 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하나님과 더불어 올바른 관계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속죄제 드릴 것을 요구하셨던 것입니다. 감사의 제사가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수 있는 온전한 제사가 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속죄제라는 사실을 오늘 우리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죄의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가 교회 강단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반면에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복을 받으라는 설교 아닌 설교는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크게 잘못된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오히려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가로막는 매우 심각한 잘못이라는 말입니다. 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하나님과의 화해가 불가능합니다. 속죄의 과정을 생략한 채 믿음의 과일만 따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오늘 교회가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까? 그리고 받은 바 그 은혜를 이웃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까? 칠칠절 절기를 바르게 지키고 또 이웃과 함께 받은 바 풍성한 은혜를 나누려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모든 노동을 쉬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을 쉬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당장 불이익이 따르게 됩니다. 넓은 땅과 많은 노동력을 갖고 있다면 그 손실은 더욱 클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절기에 모든 노동을 쉬라고 분명히 명령하셨습니다. 때문에 안식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불이익이 따를지라도 안식을 통해서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회복되고 또한 이웃을 섬기는 일을 위해서 그 시간을 활용하면 그 안식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칠칠절 절기는 모든 사람들이 동참하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지극히 작은 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살핌이 없을 것 같으면 참 축제가 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지극히 작은 자들의 안식을 보장해야 합니다. 분명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날에 너희는 너희 중에 성회를 공포하고 어떤 노동도 하지 말지니 이는 너희가 그 거주하는 각처에서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니라.”(레 23:21)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곡물을 벨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 두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있습니다. 국민 소득 2만불 시대를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 같지 않습니까? 때문에 더 이상 교회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그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회가 일어나 빛을 발해야 합니다. 교회가 나서서 선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지난 9월 우리 교단 총회는 “그리스도인, 작은 이들의 벗”이라는 주제로 교회가 이 세상을 향해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벗, 다음 세대의 벗, 장애인의 벗, 다문화 가족의 벗, 북한 동포의 벗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다른 누구에게 이 책임을 떠맡길 수 없습니다. 교회가 나서서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는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주님의 제자들의 모임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지막 추수를 기다리는 일꾼들이 바로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지체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자세로 그 때를 기다려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늘 깨어 기도해야 합니다. 또 좋은 것으로 심고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육체를 위하여 심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가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둘 것이라고 사도 바울도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풍성한 수확을 허락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해야 합니다. 또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셔서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복음의 증인으로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죄와 허물을 겸손히 그리고 철저히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씀에 순종하여 지극히 작은 자들의 벗으로 받은 바 은혜를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나누는 일에 앞장 서야 합니다. 마침내 성령의 열매인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열매를 풍성하게 거둠으로 말미암아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복되고 충성스러운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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