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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어린이주일] 하나님나라에 들어 갈 사람 (마 19: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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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나라에 들어 갈 사람 (마 19:13-15)


오늘 본문에 보면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안수기도해주시기를 바라고 어린 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왔는데 제자들이 꾸짖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말씀하시기를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 하시고는 그 어린 아이들에게 안수하셨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예수님께 오는 것을 막으려 한 제자들이 잘못했음을 분명히 하신 일입니다. 같은 일을 전하는 막10:14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온 사람들을 제자들이 꾸짖는 것을 보신 예수님께서 노하셨다고 합니다. 왜 예수님께서 노하시기까지 하셨겠습니까? 제자들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일이 있기 조금 앞서서 이미 예수님께서는 어린 아이들에 관하여 분명히 말씀하신 바가 있었는데 제자들이 그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아이들에 관하여 하신 말씀이 무엇이었습니까? 마18:1-6을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께 여쭙기를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한 어린 아이를 불러 제자들 가운데 세우시고는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말씀하심으로써 천국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을 자신들의 거울로 삼을 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거울을 멀리 하면 자기 자신을 볼 기회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거울을 가까이 해야 자주 자기 자신을 살피며 자기의 잘못된 점을 보고 고치게 되는 것입니다.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공군장교후보생으로 입대하여 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입대하기 딱 6주 전에 소위 1.21사태라고 하는 엄청난 사건이 터졌습니다. 북한의 특수부대인 124군 부대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까부수겠다고 내려와서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해 들어온 사건이었습니다. 훈련을 받기 시작한지 한 달 쯤 지났을 때 첫 야간경비를 서게 되었습니다. 

배정된 경비위치가 내무반 아래층과 위층 사이의 계단 중간층이었습니다. 취침시간 중이어서 소등을 한 상태로 어두움 속에서 경비를 서느라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보니 벽에 대형 거울이 걸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이 시작된 이후 한 번도 거울을 본 적이 없었던지라 별 생각 없이 거울 앞에 다가가 섰는데 거울을 보는 순간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거울에 낯선 사람이 보였는데 야간침투를 한 것 같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위장을 한 완전 무장공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 공비가 쓴 안경이 제 안경과 꼭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보니 무장공비가 아닌 바로 저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초비상시국이어서 훈련이 보통 강하지 않았습니다. 첫 한 달 동안은 세수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얼굴에 땀과 흙먼지와 때가 겹겹이 쌓인 채로 하루 종일 햇볕에 그을리며 한 달을 지내다 보니 완전히 딴 얼굴로 변해있었던 것입니다. 그 얼굴을 보고서 비로소 지나간 한 달 동안의 훈련생활의 고달픔이 일시에 밀려와서 한참을 혼자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거울을 자주 보지 않으면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는 법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나라에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자기 모습이 하나님나라에 합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늘 살펴야 할 것을 가르치시며 어른들의 거울이 될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귀찮게 여기고 멀리하려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어린 아이들을 거울삼아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어린 아이들을 거울삼아 배우라고 가르치신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를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누가 더 높으냐, 누가 더 크냐, 누가 예수님의 좌우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냐 하는 관심사로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서로 다투고 길을 가면서도 논쟁을 벌여야 했던 제자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의 질문 자체가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어린 아이들이 “자기를 낮춘다”는 것은 오랜 삶의 경험과 인격의 도야를 거쳐 형성된 겸손의 덕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자기를 낮춘다는 것은 그저 그 자체로 어리고 작고 약한 존재임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무슨 큰 야망을 품거나,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하여 맹렬히 운동을 하거나, 친구나 동료의 실수나 실패를 틈타거나 그들을 딛고서라도 올라서겠다고 무섭게 집념을 불태울 줄 모르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남이 앞서가는 것 때문에 시기하고 분노할 줄 모르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남과 경쟁하거나 싸워서 쟁취할 힘이 없어서 부모님의 사랑과 어른들의 배려 없이는 무엇 하나 스스로 가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는 거기서 큰 자일 것이라고 스스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거기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열린 나라임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우리가 어린아이들을 거울삼아 배울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 말고도 더 있을 것입니다. 우선 어린아이들은 순진하고 꾸밈없이 진실합니다. 엄마가 어린 아이에게 말하기를 “너 엄마가 이거 했다고 아빠한테 말하지 마.” 하면 “엄마가 이거 했다고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랬다”고 아빠에게 말할 만큼 순진한 것이 어린아이들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순수하고 진실한 이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또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그러기에 더욱 의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커가면서 많이 배우고 오래 익히지 않고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며, 그 어느 것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는 하나도 못하면서 할 것은 다 하고 가질 것은 다 가지는 것이 어린아이들입니다. 엄마아빠에게 매달리고 울기만 해서 모든 것을 얻어내는 것이 어린아이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하나님을 향해 이런 어린아이들과 같기를 원하신다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입니다. 힘이라고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밖에 없는 사람들이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절대적으로 신뢰합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자기 엄마아빠가 무조건 최고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예외 없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는 자기 엄마이고,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잘 생긴 남자는 자기 아빠입니다. 어린아이들이 툭 하면 “난 커서 아빠랑 결혼할 꺼다”, “난 이 담에 엄마랑 결혼할 꺼야” 하는 것은 그래서 그렇습니다. 엄마아빠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믿는 것이 어린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다 엄마아빠에게 해내라고 떼쓰곤 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끼리 자기들 엄마아빠 이야기하는 것 가만 들어보면 우습기 짝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부풀리고 과장해가며 자기 엄마아빠 자랑을 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한 아이가 자기 아빠한테는 개구리만한 금덩어리가 있다고 말하면 다른 아이는 자기 아빠한테는 송아지만한 금덩어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들입니다. 자기 아빠는 무조건 최고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엄마아빠에 대한 신뢰감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는 일체의 염려가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잠들 때 이부자리는 충분히 있는지, 잠자리 주변은 다 안전한지, 대문은 닫았는지, 현관문은 잘 잠갔는지, 가스차단기는 내렸는지, 그런 거 확인하지 않습니다. 졸리면 아무데서나 그냥 잠들고 맙니다.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치거나 상관하지 않고 그냥 잘 뿐입니다. 나머지는 엄마아빠가 자동으로 다 하게 되어있습니다. 정말 하나님께서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시127:2)는 말이 딱 맞는 말씀입니다. 어린아이들과 같이 아무런 염려를 하지 않으며 하늘 아버지 되신 하나님께 다 맡기고 사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것임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린아이들에게는 편견과 차별의식이 없습니다. 남녀, 사회적 신분, 빈부, 피부색, 인종과 국적에 따른 편견과 차별은 어린아이들의 세계에는 없습니다. 어른들끼리는 아예 상종을 하지 않는 사이라 하더라도 그 어린 자녀들끼리는 얼마든지 친하게 어울려 지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는 어리다고 해서건 또는 그 어떤 이유에서건 일체의 차별이 없는 나라이며 그런 차별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갈 나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천국에서 누가 크냐고 질문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하나님나라에 누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어린 아이를 보게 하시며 그 답을 찾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을 거울삼아 늘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모든 거짓과 교만, 불신과 염려, 편견과 차별의식, 탐욕과 무정함과 사악함으로부터 돌아서서 어린아이들과 같은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수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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