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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곰실이 여섯 자매 이야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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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y의 짧은 동화 9

곰실이 여섯 자매 이야기

하루하루 변하지도 않습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있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나뭇잎과 꽃들의 모습은 자꾸 변하는데...
우린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있었는지....
우린 모두 너무 뚱뚱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까칠까칠하고 검은빛 도는 피부, 그리고 두툼한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지요.
마음은 언제나 다른 곳을 가보고 싶지만 쉽게 이 자리를 떠날 수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눈여겨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니들은 어떤지 몰라도, 제가 보기엔 그렇답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우린 많이 들떠 있었습니다.
"우와..이제 우리도 일할 수 있는가 봐(^^)"
"얘들아, 우린 분명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꺼야"
"호호호"
"꺄르르"
"하하하"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우리의 모습과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를 간질이며 지나가는 개미와 거미들, 그리고 종종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우리에게 친구가 되곤 한다는 것이지요.
언니들은 그래도 진득하니 잘 참고 있지만 전 자꾸만 우울해진답니다.
제 모습을 본 큰언니는
"막내야...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을 거란다. 꿈이 있으면 즐거울 수 있지"
라며 힘을 주지만, 그래도 자꾸만 우울해집니다..
늘 멍청하게 서있는 내 모습, 늘 똑같은 생활, 꿈도 없어졌고 즐거움도 없어졌고 그저 멍하니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기만 하는 내 모습.

"전 무언가 하고 싶어요!!!!!!!!
이렇게 이곳에 있고싶지 않아요!!!!!!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요????? 흑흑흑
전...바뀌고 싶어요..지금 모습이 아니라면 무엇이든...흑흑흑"

언니들 몰래 혼자 숨죽이고 울기도 많이 운답니다.
그래도 참을성 많은 언니들을 보면서 저도 인내라는 것을 배우고 있나봅니다.

"후다닥, 후다닥"
"부시럭, 부시럭"
"어∼이!, 거기 좀 잡아..장막을 잘 세워야지!"
"네에, 네에."
"하하하, 이런 좋은 날에 좋은 포도주가 빠질 수 없지. 이봐 이쪽에 좀 옮겨놓게나"
"네에, 네에."

엉??? 무슨 일이 있나?
우린 모두 집안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모두 몹시 바쁜가 봅니다. 바쁘면서도 모두 즐겁게 웃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일이 있나봅니다.

히유....그럼 뭐합니까? 좋은 일이 있어도 우린 언제나 없는 것처럼 이렇게 우리 자리에만 있어야 하는데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존재하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곳에 우리 여섯 자매는 늘 우직하게 있을 뿐이니까요.

"하하하, 하하하"
"호호호, 호호호"
"크허허헛,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음악소리도 즐겁고 사람들도 모두 즐겁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언니들도 덩달아 즐거운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즐거움보다 초라한 제 모습에 자꾸만 자꾸만 움츠러듭니다.
음...결혼을 하고 있군요..신랑도 신부도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아....나도....무언가 할 수 있으면, 행복할 수 있으면...좋겠습니다...................


"헉..큰일이네..포도주가 바닥이 났네.."
아니, 이런 잔칫날에 포도주가 바닥이 나다니, 저런 큰일이군요..제가 보니 아저씨 몇 명이 허둥지둥 안절부절입니다.
허둥거리는 아저씨에게 한 부인이 다가 가네요. 그리고 한 선생님도....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네??..네에..."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분명....그 선생님은....항아리..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저의 언니들을 그분은 알고 계셨습니다.....우직하게 우리의 자리에서 변함 없이 있어왔기 때문일까....그분은 저희들을 알고 계셨습니다.......
우리들이 무엇인가 할 수 있도록....그분은 우리를 눈여겨보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우리 안에 물이 채워져 가는 동안 전 그 선생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득 채워지는 기분......
누군가 우릴 기억하고 있고 꿈을 이루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채워지는 물을 따라 눈물도 흐르게 합니다.
언니들도 모두 행복해합니다. 우린 그 선생님을 바라보며 우리가 일 할 수 있음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아니,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주라고요?? 저는 갑자기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우릴 비웃을까봐 겁이 났습니다. 미련한 돌 항아리에서 물을 떠다 주었으니 우릴 부셔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보시오. 신랑!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구려! 허허허"
연회장의 목소리에 일제히 신랑을 향해 박수를 쳐줍니다.

무슨..일이...일어난 걸까...
내 안의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다는 걸까.....
깜짝 놀랐습니다....정말 붉은빛 빛나는 포도주가 한 가득 내 안에 출렁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선생님의 온화한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감출 수가 없어서 붉은빛 빛나는 포도주에 나의 눈물을 담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지만, 내 모습이 바뀌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바뀌었고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나를, 우리를 기억해주고 사용해주신 그 선생님의 인자한 배려와 사랑이 나를 바꾸어 주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곳에 있기를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아니..정말 잘했지요..(^^)


(거기 유대인의 결례를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 즉 아구까지 채우니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요한복음 2장 6.7.8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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