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목욕하고 기다리는 사람들(펀글)

첨부 1










--------------------------------------------------------------------------------

          


찬양단이 온단다. 그것도 여대생 찬양단이. 한 여름 더위를 몰아 낼 만치 상큼한 모습으로 최전방 이곳까지 우리를 위문하러 온단다. 온 부대가 조용한 술렁거림으로 가득하다. 군인만 아니라면 " 호이" 하며 하늘 높이 뛰어도 보련만, 어디 이 조국의 철통같은 방위를 담당하는 장병된 몸으로 그렇게 경박한(?) 행동을 보일 수는 없는 터..
그러나 그들의 기대감은 연신 싱글거리는 얼굴 위 표정만으로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 아, 그리 좋아요?" 얼마나 좋을지야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지만, 한 여름 손님치를 준비로 교회 앞마당을 쓸고 또 쓸면서도 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좋아라 비질을 하고 있는 형제에게 짖궂은 질문을 건네본다. " 아~ 그럼요! 사모님. 제가 상병이 되도록 이런 위문은 처음인걸요! 아마 4, 5년 만에 처음오는 위문일꺼예요"

그렇게 시간은 가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한 여름의 강한 빗줄기를 뚫고 보는 것 만으로도 어여쁜 20여명의 여대생들이 이곳 양구까지 우리를 찾아 주었다. 실로 몇 년만에 찾아 준 여대생 찬양단들이 위병소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온 부대안에 생기가 도는 듯 보였다.

수요일 저녁, 찬양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안은 수백명의 군인 형제들로 인기절정 가수의 발딛을 틈 없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예배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어느새 하나 둘씩 줄지어 교회를 찾은 수백명의 형제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연예인들을 기다리는 10대들 마냥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자기또래여대생 찬양단이 나오기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앉아 있다.

드디어 산뜻한 반팔티와 여대생다운 세련된 바지를 맞춰 입은 십여명의 찬양단이 무대를 메우고, 리더로 보이는 자매의 기도로 찬양예배가 시작 되었다. 귀에 닳도록 부르고 또 부른 복음성가와 C.C.M 이련만 날아 갈 듯 사쁜한 그녀들의 율동과 어울어진 찬양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서로 어울려 찬양하고, 박수치며, 손을 흔들고 기도하는 예배당안은 넘치는 은혜와 젊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쉬운 두시간이 더욱 짧게만 느껴지고 찬양예배는 끝이 났다. 그러나 자매들이 만들어 온 사탕 목걸이를 하나씩 받아들고 싱글벙글 성전을 나서는 형제들의 뒷 모습들이 마냥 행복하게 보였다. 수박화채와 감자전으로 딱히 줄 것 없는 우리들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받고 그들은 밤이 늦어서야 숙소로 향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수십명 형제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하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도 1300미터 고지에서 이제나 저제나 찬양단이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형제들에게 날아 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폭우로 인한 차량운행 중 위험성으로, 예정되었던 고지 방문이 취소되고 만 것이었다. 안타까운 심정이야 찬양단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산 밑 최전방 부대를 위문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그렇게 찬양단 자매들은 서울로 떠나갔다. 그러나 그녀들을 보기위해 마실물도 귀한 1300미터 고지 위에서 누구도 시키지 않은 목욕 앞다투어 끝내고서 기다렸다던 형제들의 그 아쉬운 마음을 어떻게 달래 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고개들어 험난한 대암산을 올려다 본다. 그러면 어느새 그 수풀속 어딘가에 엎디어져 밤 보초를 서는 젊은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목욕까지 하면서 그토록 기다리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단지 찬양단이 여대생이라는 이유만이었을까? 아니면, 험한 산속에 묻혀 존재조차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자신들을 위해 험한 산길 달려와 잠시라도 하나가 되어 주고자 했던 그녀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아니었을까?




--------------------------------------------------------------------------------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