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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김빠진 콜라.<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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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콜라를 참 좋아 한다.

그냥 콜라가 아닌 김이 한참이나 빠져 나간 콜라가 맛이 좋다.
1.5릿 콜라 한병을 사다가 뚜껑을 열어 둔다.
하루밤을 꼬박 새우면 비로소 내 입맛에 맞는 콜라가 된다.
톡~ 쏘는 맛이 없어야 딱이다.

김빠진 콜라 한잔에 얼음 다섯개를 동동~띄우고 조금씩
마시면 갈증에도 좋고 콜라의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없어서
순하고 너무 맛있다.

선천적으로 난 커피는 좋아 하지 않는다.
초대를 받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교회분들 댁에 가게되면
커피를 마셔야함이 내겐 가장 큰 곤욕이다.
억지로 단숨에 들이켜 버린다.
맛도 없는데 조금씩 그 고통을 느끼기 싫어서 단숨에 들이켜 버린다.
그러면 다시 한잔 더 부어주는 인심좋으신 분들...(흑흑)
커피잔은 또 왜그리 큰지...

올해 부터는 확실히 하기로 했다.
"커피 드릴까요?"
하고 물으면 "전 녹차 주세요" 한다.
"콜라 있어요?" 하고 묻고 싶지만 언제 김을 빼서
마실 것이며, 복잡한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것까지는 너무
염치가 없고해서 걍 "녹차 주세요" 한다.
그런데 물어보지도 않고 커피를 내어 오는 분들도 더 많아서 그것이 문제다.

내가 커피를 좋아 하지 않으니 우리 집에는 커피가 없다.
물론,프림,설탕도 없다.
손님용으로 커피를 세트로 다 고루고루 사다 놓았는데
나같이 까다로운 손님이 더 많이 찾아온 까닭으로(대부분 냉수를 많이 찾음)
커피와 프림과 설탕이 다 굳어 버렸다.
그래서 숟갈로 그것 파다가 숟가락까지 굽어져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긴 뒤로 절대 커피를 미리 사두지 않는다.

우리집 냉장고에는 김빠진 콜라가 늘 자리 잡고 있다.
우리집 식구중에 그것을 먹는 사람은 나 뿐이다.

철딱서니 없는 나는, 손님이 오면 그 콜라를 내어 놓았었다.
김빠진 콜라가 싱겁다는 소리를 난 그때 첨 들었다.
소금을 한웅큼 갖다 주었더니 날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이기 어른이가? 바보 아녀?" 하는 눈빛 이었다.

내가 맛 있으면 남들도 맛있는줄 알았다.
내가 맛이 없으면 남들도 그러려니 했다.
내가 기쁘면 남들도 기쁘려니 했고,내가 우울하면 남들도 우울 할거라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난 남들이 다 좋아하는 커피를 좋아 하지 않는 별난 사람 이었고
남들이 다 먹지 않고 버리는 김빠진 콜라를 먹는 별종 이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손님 대접한다고 떡~하니 내어 놓았으니...
날마다 김빠진 콜라병을  부둥겨 안고 사는
약간 돌아이(?)로 살아왔던 사실을 뒤늦게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들 앞에서 똑똑 한척 하면서 살았다.

지극히 완벽 주의자...
"난 뭐든 일을 대충 마무리 하고나면 잠이 안와요"라고 말했고
내손으로 직접 마무리해야만 두다리 뻗고 잠을 자는 사람.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남에게 도움을 절대 바라지 않고 내 손으로
내 힘으로 끝까지 마무리 하는 사람.
하나에서 열까지 할때 아홉까지에서 조금 어긋나 버리면 나머지
하나만 바로 잡으면 쉬울텐데 아홉개를 다 엎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
고집쟁이.
심술쟁이.
트집쟁이.
욕심쟁이.
땡깡쟁이.
삐쟁이.
얼라쟁이(수준이 애라는 말임)
모든것이 고집으로 똘똘 말린 사람이 바로 나였다.
지금도 이런 모습으로 진행 중이다.

오늘 난 김이 빠진 콜라가  싱겁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과연 그럴까? 하고 생각 했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맛 있다고 생각해온 이 콜라가 정말 싱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난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쥐어 뜯어며 절규 했다.
아~~ 이럴수가...이럴수가...

그래.
맞아.
난 남들이 싱거워서 못 먹는 김빠진 콜라를 마셔 왔었다.
그리고 그것을 손님앞에 심지어는, 목사님 심방 오실때도 얼음 동동 띄우고
아주 흐뭇한 인상을 지으며 내어 놓았던것이 아닌가...
(백년묵은 인삼차 내 놓듯이...ㅠㅠ)
목사님은 속으로 " 뭐 이런기 다있노~!"목사가 왔는데 김빠진 콜라를
내 놓다니...하실수도 있고
"아이고...우리 불쌍한 최집사 얼마나 어려우면 김이빠진 콜라를
접대를 할꼬...하나님 이 가정에 만배로 축복 하옵소서..."
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나...어쩌겠는가...
난 김빠진 콜라가 맛 있는걸.

새삼스럽게 내 입맛을 바꿀 필요도 없고,남과 같지 않은 내 신체 구조를
학대 할 생각도 없다.
다만,내가 느끼는 것이 남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과,
남이 느끼는 것이 내가 보기엔 아닌것과,
잘나지도,못나지도 않은 내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잘난만큼 남들도 잘났다고 인정 해주는것~!

이것 하나만 오늘 깨달아도 엄청난 수확이다.

하나님 아버지도 김빠진 콜라를 좋아 하실까?
아니면 커피를 좋아 하실까?
김빠진 콜라도 커피도 다 좋아 하실까?

커피,김빠진콜,녹차,찌그러진 냄비,머리털 훌러덩 벗겨진 사람,
나같이 치아 갯수는 맞는데 하나 빈 느낌의 구강구조,가재미 눈,
상꺼풀 눈,이쁜사람,못냄이 다 좋아 하시는 울 아버지.

생긴대로,만들어진대로 살자.
만드신분이 어련히 알아서 만들어 놓았을라고...

커피의 쓴맛도,
콜라의 톡~ 쏘는 맛도,
녹차의 대마초 같은 향도(대마초 맛과 비스무리 하단 말을 들었음)
다 적절한 장소에 적절히 쓰임 받을 것이다.

남들이 좋아 하는 커피를 마셔 보고 싶다.
그들의 시선에서 사랑어린 눈빛으로 커피를 대하고 싶다.
커피든,커피보다 더 쓴 다른것도...
다 다...좋아 하고 싶다. 그래도 안 좋아지면 어떡허지?
아무리 맛있다한들 달작지근한 김빠진 콜라에 비할까...

아이고~! 모르겠다.하나님이 날 이렇게 만드셨는데모.
김빠진 콜라땜시 뭔일 생기모 그분한테 책임 지라고 할참이여~!

.

혹시,김빠진 콜라 좋아 하시는 분 계세요?
꼭 얼음 다섯개 동동~ 띄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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