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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뇌물(?)의 위력<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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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적인 고3 수업과, 각종 집안 행사로 인해서, 으스스 감기기운이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얼마나 꼼지락 꼼지락 거렸는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에 와서, 0교시부터 수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남학생들과의 자칭 전쟁과 같은 수업을 시작으로 해서, 1교시, 2교시 연달아 수업을 하는데, 너무 목이 아파오는 거였어요. 하지만, 어쩔수 없지요...고3 학생들이라서, 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아픈 목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지요.

3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3학년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걸어갑니다. 아이들과, "Good morning~"인사를 하고, 출석부를 펼치는 순간^^ 이게 웬일입니까? 야쿠르트 하나가, 출석부사이에 꽂혀있는 것입니다. 너무 놀래서, 야쿠르트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까만 것이 야쿠르트 여기저기에 쓰여져 있습니다.

'영어쌤 바보바보바보, ♡♥ 영어쌤 바보바보바보∼'

바보라는 말을 연신 써놓고, 거기다가, 하트모양을 억수로^^ 많이 그려놓았습니다. 너무 고마워서, 교탁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꾀죄죄함이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아침 7시30분에 등교해서, 밤10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고3아이들...햇빛을 못봐서, 밀가루처럼 허연 얼굴에, 아무렇게나 싹둑 자른 머리, 늘어만 가는 허릿살과 엉덩이살(->여학생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부분이지요^^)...그런 아이들이 선생님을 생각해주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얘들아, 고맙다, 선생님이 몇 년만에 처음으로 수업시간에 이런 맛있는 것을 받아보았구나...눈물날 것 같다 야~"

아이들은 아주 작은 것에 신이나 어쩔줄 몰라하는 저를 보고, 자기들도, 웃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쁘게, 수업을 시작하고, 저도 힘이 나서, 열심히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중반쯤 되었을때였을까요...교실 한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뭐, 잠시 그러고는 그만하겠지하고...처음에는 무시했는데, 계속해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씩 화가나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쪽을 보고,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니? 왜 그러니?" 소란스럽게 했던 아이들은 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삐쭉삐쭉거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말은 하지 않구요..."어서 이야기해봐~" 저는 그런 아이들이 답답해서, 약간 짜증나는 말투로, 아이들에게 또 이야기를 했습니다. 드디어, 한 녀석이 입을 엽니다. "선생님이 칠판에 쓰신 스펠링이, n인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순간적으로,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지~ 왜 수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계속 소란스럽게 하고 있니?'하며, 화를 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려고 그쪽 아이들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탁자에 놓인, "야쿠르트"가 먼저 제 시야에 화악~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야. 쿠. 르. 트. ♬ ♪♩^^ 야쿠르트를 보는 순간, 저의 마음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찾아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럴수도 있지...뭐...그래~ 그럴수도 있지 뭐...' 쩝...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화를 내는 대신, 전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이 글자를 너무 날려서 썼지? 간혹, 다른 반 아이들도 혼돈을 한단다 호호호~ 뭐 그럴수 있지 호호호~" 그러면서, 수업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내 마음속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Without 야 쿠 르 트...만약, 야쿠르트가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저는 분명히 예전처럼, 익숙한대로,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고, 화를 냈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 그 야쿠르트 하나 때문에, 마음이 홀라당~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수업을 마치면서, 아이들에게 <뇌물의 위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웃기다고 난리입니다. 자기들은 절대로 뇌물을 준적이 없노라고 말을 하면서, 선생님의 부끄러운 coming out에 히죽거리며 웃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쳐가면서, 저는 간혹, 이러한 유혹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과자라도 하나 선물해준 아이와, 편지라도 한번 보낸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이 한번이라도 찾아온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한번더 눈길이 가는 것을 몇 번 느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무척 놀라고, 내 자신을 자제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선물>과 <뇌물>을 잘 분별하며, 거절할 때 잘 거절하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불의한 이익을 탐내는 사람은 자기 집에 해를 끼치지만, 뇌물을 거절하는 사람은 오래산다(잠15:27)
뇌물을 쓰는 사람의 눈에는 뇌물이 요술방망이처럼 보인다.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이 없다. (잠17:8)
공의로 다스리는 왕은 나라를 튼튼하게 하지만, 뇌물을 좋아하는 왕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잠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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