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권태를 이기게 하옵소서

첨부 1


- 추태화(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우리는 모두 매일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이 ‘매일’이 갖는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인생은 일상생활(Everyday Life)의 반복을 통해 재창조에 참여한다. 정치 경제 사회 인문 예술 등 우리가 거창하게 명명하는 모든 문화는 보잘것 없어보이는 일상을 기초로 하여 빛을 본다. 평범한 일상 속에 진리를 향한 창조가 스며 있는 것이다. 일상은 그러므로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이요,소명이다.

그런데 이런 진지한 일상을 허물어뜨리려는 여유가 있으니 바로 권태다. 반복은 흔히 권태를 불러온다. 어떤 이는 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다’고 푸념하거나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라고 노래에 담아 한풀이하기도 한다. 권태는 특히 축제가 끝난 뒤 무료감이 찾아들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우리는 지난해 대강절부터 겨울축제를 시작해 성탄절 연말연시 새해 설 등으로 들뜬 잔치를 치러왔다. 이제 각 학교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겨울잔치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축제증후군이 권태의 옷을 입고 나타나는 시점이 지금이다.

권태는 흔히 금실 좋은 부부간에 파경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권태의 영향권은 의외로 넓고 파괴적이다. 이 무의미의 안개에 휩싸이면 개인은 우울증 환자처럼 휘청거리고 골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웃들이 모두 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공연한 열등감이 치솟는다.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집착하게 되고 스스로 고립시키려 한다. 폐인을 부추기는 시점이다.

권태가 사회적으로 퍼져나가면 나라는 혼란으로 몸살을 앓는다. 일탈 행위들이 난무하게 되고 그래서 불특정 다수에게 근거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정당방위라고 합리화한다. 여기저기서 ‘발바리’라는 이상 행동들이 횡행하는 것도 권태의 늪에 빠진 자들이 벌이는 몽유병이다. 그들은 불법을 행하면서도 그것을 한낱 게임이며 스릴 있다고 느낀다. 도착증세가 아닐 수 없다. 권태가 전쟁까지 일으키는 마성(魔性)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다.

바로 이러한 때 맞이한 입춘. 얼음장 밑에서 봄기운이 움튼다. 권태에 허우적거릴 수 있는 인생들을 뜨거운 생명으로,창조의 현장으로 다시 불러내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기막히게 절묘하시다. 권태로부터 우리를 구하시는 주께 찬양을 돌려 드린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