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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나를 고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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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즈 워드가 영웅으로 돌아왔다. 미군 병사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한 살 때 한국을 떠났고 미국 동포사회에서도 냉대를 받았던 워드. 그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운동에 매진한 끝에 프로 미식축구 슈퍼볼 MVP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사랑이 자신을 키웠다고 고백,뉴스를 접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그 감동 끝에 부끄러움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우리 사회에는 워드와 같은 배경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학교에서도 따돌림 받기 일쑤이고 직장 면접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고백한다.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명함을 내놓기가 주저된다는 것이다. 법으로 보장된 평등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 그런데 제2,제3의 ‘워드’가 우리 사회에는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다인종 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재중동포,탈북민,국제결혼으로 유입된 외국인들,그들의 자녀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매우 많다. 그들 중에는 우리 사회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배달의 자손,한민족이라고 외치는 아우성 속에 혹시 편협한 민족주의적 배타성이 그들을 소외시키지나 않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워드’에게 아직도 평등의 사각지대는 아니었을까. 그의 성공에 보낸 우리의 환호는 어쩌면 현 상황에 대한 반사적 행동은 아니었는지.

‘나는 너희와 노는 물이 달라’라고 말하는 이 땅의 진골(眞骨)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워드와 같은 환경의 이웃들이 우리나라에서 영웅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을 위로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그렇게 해왔는가.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창피한 고백이지만 한 사람의 소시민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기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피부색이 다른 이웃들이 이 땅에서 영웅으로 우뚝 서도록,아니 최소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했는지,아니면 인권운동에라도 참여했는지 자문하게 된다. 그 결과 깊은 무관심과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를 고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워드의 귀환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반성하게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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