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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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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욱 (삼일교회 목사)

대학 1학년 때부터 타자를 배웠다. 오랜시간 타자를 쳤기 때문에 키보드 다루는 것은 힘들지 않다. 그런데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엄지는 왜 이렇게 쓸모가 없나라는 생각을 해왔다. 왼손가락도 오른손가락도 15개 이상의 키를 누르는데 사용한다. 그런데 엄지는 겨우 스페이스 키를 누르는데만 사용된다. 거의 기능이 없다. 키보드를 칠 때 엄지는 천덕꾸러기이다. 키보드를 치다가 피곤해 진다. 그럴 때 2번부터 5번가지 손가락은 주물러 준다. 그러나 엄지는 예외이다. 네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리고 외면한다. 엄지 손가락은 별 용도가 없다. 귀를 파기도 힘들고, 코를 파기도 힘들다. 역시 코를 파기에는 새끼 손가락이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긁기에 사용하기에도 별로 좋지 못하다. 붙잡혀서 지문 찍힐 때나 쓰는 그런 존재가 엄지다.

최근 휴대폰 사용자가 4000만명이 넘어섰다고 한다.유아 빼놓고는 전 국민이 다 한 대씩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휴대폰은 통화용도로도 쓰이지만, 문자를 보내는데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휴대폰을 사용할 때를 보면, 거의 엄지만 사용한다. 그래서 휴대폰 세대를 엄지족이라고도 부른다. 폴더가 되었든, 슬라이딩이 되었든 휴대폰을 열때 엄지를 사용한다. 물론 아저씨나 아줌마들은 손 전체를 사용해서 연다. 그러나 젊은이 가운데 엄지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을 여는 사람은 없다. 아무에게나 휴대폰을 열어보라고 해보라. 엄지로 열면 신세대이고, 손으로 열면 아저씨, 아줌마이다. 휴대폰을 여는 것 뿐만 아니라 키를 누르고 문자를 보내는 모든 것이 엄지로만 이루어진다. 나머지 네 손가락은 오직 휴대폰을 받쳐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인류 역사상 엄지가 이렇게 독보적인 위치에서 사용받기는 휴대폰에 와서 처음일 것이다.

한번은 지하철에서 놀라운 일을 보았다. 긴 머리카락의 헤드폰을 낀 멋진 여학생이었다.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보지도 않고, 넓은 액정을 빠른 속도로 문자로 채워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도 하지 않고,전송해 버리는 것이었다. 엄지 공주였다. 빠른 사람은 1분에 400타를 친다고 한다. 엄지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놀라운 세계였다.

자기 인생이 엄지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은 쓰임받지 못하는 소외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낙심하지 말라. 소외되고 쓰임받지 못하던 엄지가 이렇게 크게 독보적으로 쓰임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 시대의 많은 엄지들이여, 낙심하지 말라. 엄지의 시대가 온다. 성실하게 준비하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반드시 엄지의 시대는 온다. 약해도 쓰임받을 수 있다. 하나님은 약한 자를 부르셔서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분이시다. 엄지여, 힘내라. 엄지여, 일어서라. 이기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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