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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사님의 치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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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재(우리들교회 목사)

서른을 넘긴 B권사님의 아들이 주말에 선을 보고 왔단다. 키도 크고 예쁘고 직장 좋고 믿음도 좋은 자매라고 한다. 권사님이 바라던 며느릿감이라 아들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아들의 화를 돋울까봐 물어보지도 못했다. 사실 권사님의 아들은 자매와는 전혀 딴판이다. 교회도 안 다니고,술과 담배에 절어 살고,무슨 말만 하면 소리를 지르는 30대 반항아에 ‘엄마처럼 교회 다니는 여자하고는 절대 결혼 안 한다’고 공언하는 불효막심한 아들이다. 남의 말이 아니라 엄마인 권사님의 솔직한 표현이다.

선을 보고도 아무 말 없는 아들이 괘씸해서 잠을 못 이루다가 권사님은 상대편 자매를 생각했다. 그렇게 예쁘고 신앙도 좋고,아들보다 학벌도 좋은 자매가 내 아들과 결혼할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아들은 불신결혼 안 시킨다고 하면서 그 자매가 불신결혼하기를 바라고 있구나. 자매가 내 딸이라면 이런 아들과 결혼시키겠는가.’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권사님은 아들에게 가서 이렇게 고백했다. “믿음도 없는 너에게 믿는 여자만 만나라고 한 것은 엄마의 욕심이다. 신앙도 조건도 너보다 나은 사람과 맺어지길 바란 내가 죄인이다. 내 욕심을 내려놓을 테니 너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라. 안 믿는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도 너를 믿음으로 키우지 못한 엄마의 책임이다. 그래서 고통이 따른다면 거룩을 위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들들을 데리고 와서 ‘주’께 절하며 “주의 나라에서 주의 보좌의 우편 좌편에 앉혀 달라”(마20:21)고 했던 세베대 아들의 어머니가 ‘치맛바람’의 원조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적어도 세상 출세는 구하지 않는다. 입만 열면 ‘주의 나라,주의 보좌,주여,주여’ 하면서 자녀가 성경 읽고,교회에서 봉사하고,믿음의 배우자 만나기를 기도한다. 물론 그것도 구해야 하지만 자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내 욕심부터 깨달아야 한다. 믿음의 명목으로 자식을 달달 볶는 부모 때문에 자녀가 하나님과 멀어지고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권사님의 고백을 듣고 난 다음날 아침,그 아들이 권사님께 말했다. 소개 받은 자매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만나고 있다고,그런 신실한 자매를 만난 것이 엄마의 기도 응답이라고 했다. 권사님은 아들이 ‘기도 응답’이라는 단어를 쓴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한다. 이제는 아들이 구원받고 스스로 믿음의 결혼을 하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을 때 자녀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 내 아들 딸에게 목숨 걸지 말고 다른 사람을 용납하고 섬기는 것이 자녀를 으뜸으로 키우는 고품질 고등 교육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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