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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슬픈 이슬람이여, 탈레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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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화 기자(국민일보)

이슬람이여, 탈레반이여, 당신들의 하나님은 누구십니까? 1주일 전 한국의 청년봉사단 피랍소식이 전해졌을 때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망을 무너뜨리며 26일 비보가 왔습니다. 머리와 몸에 총상 입은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무샤키사막에 버려졌습니다. 사랑을 전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간 그분의 영혼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눈물이 났습니다. 당신들의 분노는 왜 무고한 우리 형제의 목숨까지 앗아가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픈 이슬람이여. 7∼13세기 당신들은 중동에서 동서문화를 융화시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1095년부터 200년 가량은 서유럽 십자군과 전쟁을 치러냈습니다. 18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당신들의 고난은 가팔라졌습니다. 이란과 이라크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습니다. '본래의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며 단결해 서구 열강에 대항했습니다. 당신들의 근거지 아프가니스탄은 3차례 걸친 영국의 침공을 물리치고 독립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대전 후 반식민지가 된 형제국가와 이스라엘에 영토를 내준 팔레스타인을 목격했습니다. 1945년 당신들은 아랍연맹을 만들고 이스라엘과 수차례 전쟁을 불사했습니다. 78년 아프가니스탄에 미·소의 냉전을 대리한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구소련 붕괴 후 미국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내세우자 당신들은 94년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을 결성했습니다. 당신들은 영토와 국가를 지키기 위한 무장이라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비이슬람 국가와의 피의 악순환이 시작됐습니다. 아프간은 지금도 전쟁 중입니다. 탈레반은 한국 청년 23명을 납치했습니다. 풀어주는 대가로 구속 동료 석방과 한국의 철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생명을 전쟁을 위한 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듯합니다. 당신들은 미 관타나모수용소에서의 고문과 학대, 이라크 소녀의 강간살해에 분노했습니다. 우리 역시 이런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원치 않습니다. 이런 폭력으로 중동에서는 거의 수십년간 총소리, 포성, 어린이의 비명, 여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이 납치한 우리 젊은이들은 '이슬람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이념 때문에 민족간 전쟁을 치렀고, 강대국의 개입으로 분단된 약소국이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우리는 형제자매 400만명을 서로 살육했습니다. 전쟁 후에는 미국과 소련의 합의로 분단됐습니다. 누구보다 전쟁의 고통과 평화의 소중함, 침략의 부당함과 자주독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은 그곳에 갔습니다. 병으로 고통받는 당신의 아내와 자녀를 치료하고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주고 싶어했습니다. 장차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꿈과 희망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나님은 '형제들아 서로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탈레반이여! 자꾸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부모와 형제들이 눈물을 흘리며 피말리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과 딸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원합니다. '아프간 땅에 평화가 정착되게 해달라'고 소망합니다. 전쟁 속에 가족과 형제를 잃어본 당신들도 우리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지금 평화를 위해 납치와 살인이라는 폭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폭력으로 이룬 평화는 일시적입니다. 다시 폭력의 복수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통해 평화를 이루기 원합니다. 휴가를 내서 놀러가지 않고 여러분을 돕기 위해 간 젊은이들의 뜨거운 가슴과 진심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높은 뜻을 당신들은 외면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원하는 마음으로 남은 청년들을 무사히 보내주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당신과 청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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