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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용서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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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근 교수(연세대)

일종의 산학협동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렸지만 신학자인 내가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님을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뜻 깊고 소중한 일이었다. 교계와 학계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손잡고 이루어가야 할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자리에서 나는 교계와 학계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하나님의 뜻으로 설립된' 연세대학교를 위해 기도해주십사고 부탁을 드렸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연세대를 설립한 이유는 교육재단의 주인으로 행세하면서 명문대학의 기득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미래의 지도자를 양육하기 위함이었고 연세대가 명문사학의 궤도에 올랐을 때 언더우드 가문의 후손들은 모든 재산과 권리를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에 헌납하고 미국으로 조용히 돌아갔다. 섬김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던 언더우드 선교사와 그의 후손들은 그래서 모든 연세가족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연세대에는 주인이 없다고 말한다. 재단의 설립자와 그의 후손들이 모두 학교를 떠났으니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셈이다. 그러나 나는 연세대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믿는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시되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하셨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이 '주인 없는' 이 학교를 120여년 동안 이끌어온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연세대가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총장 가족이 연루된 스캔들 때문에 학교 전체가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비통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요즈음, 문득 오 목사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나님의 뜻으로 설립된' 학교라고 강조했는데, 혹여 부족한 우리들의 잘못으로 하나님의 존귀하신 이름이 경홀히 사용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은 오고 가지만 연세의 정신은 영원하다. 어둠 가득했던 이 땅에 복음의 빛을 들고 찾아와 우리에게 사랑과 희생이 무엇인지, 섬기는 자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었던 설립자와 그 후손들의 정신은 절대 훼손될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기독교인이 많을 것이다. 비통한 마음으로 심령의 옷을 찢으며 간절히 호소한다. 연세대를 위해 기도해주십사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하나님의 뜻으로 설립된' 이 학교를 통해 섬김의 리더십을 가진 미래의 동량들을 교육하는 것은 중단할 수 없다. 우리들의 부족함으로 온 국민과 교인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으니 정문 앞에 멍석을 깔고 석고대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어쨌든 하나님의 존귀하신 이름을 경홀하게 사용했으니, 용서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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