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부산 교회, 자랑스럽다

첨부 1


- 김상근(연세대 교수)

나는 2007년 내내 우울했다. 이벤트성 기획으로 치우쳤던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사업도 내심 마뜩치 않았고, 기독교 양심기업을 자처하던 이랜드 그룹에서 불거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른바 '개독교'로 교회를 폄하하며 신성모독을 일삼는 일부 네티즌들의 반기독교 운동은 야만의 시대가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딱히 변명하기도 어려운 처지 때문에 내 우울의 심도는 깊어져만 갔다. 분당 샘물교회의 단기선교 봉사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귀환했을 때, 살아 돌아와서 고맙다는 생각보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나는 신학자로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자책감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져들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우울한 연말을 보내게 될까 염려하던 차에 한 가지 낭보가 아프리카로부터 날아들었다. 174일 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의 손에 억류되어 있던 한국 선원 4명을 포함한 24명의 선원들이 무사히 석방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의 6개월 동안 억류되었던 선상에서의 생활이 지옥과 같았으리라 짐작된다. 가장의 무사 귀환을 바랐던 가족들의 조바심과 안타까움은 또 어땠을까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넘쳐난다.

더욱 감사한 것은 석방을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모았던 성원과 특별히 부산지역의 교회들이 보여준 초교파적 노력과 기도 때문이다. 교회가 한국의 대표적인 반사회적 집단으로 낙인찍혀 가고 있는 요즈음 부산 지역의 교인들이 보여준 성금 모금과 교파를 초월한 기도회 개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태를 지켜보던 온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분당 샘물교회 사건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빚을 졌다는 송구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나 추스릴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항구도시인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선원 가족들에 대한 연대감의 표시는 '세상의 빛과 소금'인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부산의 해상노련이 펼친 거리 서명운동과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나섰던 모금운동도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감사한 것은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면서 부산 지역의 교회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한 자리에 모여 기도회를 개최함으로써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174일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선원들을 위해서 검은 선글라스를 쓴 국정원 요원은 한 일이 별로 없다. 자국민이 외국에서 납치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석방 노력에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였던 정부의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는 선원 24명이 석방된 이유를 알고 있다. 부산 지역의 교회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지역사회의 문제와 함께 씨름하고 합심하여 눈물의 기도를 드렸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부산 교인들의 눈물의 기도를 들으셨다고 나는 믿는다. 부산 교회, 정말 자랑스럽다.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