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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울의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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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진(서울신대 교수) 

캠퍼스에 뒹구는 낙엽 위로 눈비가 내렸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겨울의 문턱에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올해도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가 맞이할 인생의 겨울을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버지 집으로 가야 할 날이 모두에게 분명 올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일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모든 그곳도,그 일도,그리고 정들었던 사람들과도,사랑했던 조국과도 작별을 하게 될 날 말이다.

어떤 사람이 되어 무엇을 위해 살다가 이 땅에서 본향집으로 이사를 갈까? 오래전에 심각하게 제기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러기에 일터에서 은퇴할 날을 생각하며 일을 하고,장례식에서 참석한 이웃들이 회고할 장면을 생각하며 인생을 경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은 가장 의미있고 소중한 삶의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이 계절에 생각나는 그리스도인이 사도 바울이다. 그는 로마서 1장 1절에서 “나는 바뀐 사람이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종이다. 나는 복음을 위하여 구별된 사도다”고 진술한다. 이것을 우리는 바울의 명함이라고 한다.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라는 종파의 자랑도,베냐민 지파라는 가문의 자랑도,가말리엘 문하에서 공부했다는 학벌의 자랑도,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라는 윤리의 자랑도 찾을 수 없다. 도리어 과거 자기 자랑의 깃발을 내리고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하는 인물로 바뀌어 버렸다. 사울로서 활약하던 과거의 옛사람은 죽고 예수의 생명으로 사는 새 사람이 바울이었다. 이것은 우리의 다메섹이 언제였고,어디였는지를 짚어보게 한다.

주님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양보할 수 없는 중대사항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임 속에서는 이 위대한 만남에 대한 예민한 준비가 계속되어야 한다. 바울은 이 만남을 통해서 주님께서 보배로운 피로 자신을 값주고 사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진정 행복한 사나이였고 행복한 교회가 된 것이었다.

이 땅의 교회공동체에서 이 행복한 사람들이 계속 출생되도록 기도가 계속되어야 한다. 자신을 행복한 예수의 종으로 알았던 그는 예수를 전파하다가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바울처럼 이러한 명함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에는 많이 있고 계속 일어나고 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연구실 창가를 때린다. 낙엽이 바람에 또 떨어진다. 언젠가는 가야 하는 이 인생길에서 바울의 명함을 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바울처럼 인생의 길을 달려가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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