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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쁨 충만한 공동체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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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애 (화가)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골로새서 3:16)

강원도 산 속의 아침은 아무래도 서울보다 쌀쌀한 것 같네요. 요즈음 이곳 아침은 서리가 내린 미명의 밭두렁에 안개가 자욱하니까 마치 동화 속 신비한 나라에 들어온 것 같아요. 아침 식탁의 샐러드를 위해 밭에 나가보니 김장 배추의 속이 탐스럽게 들어차기 시작했더군요. 어느 결에 무도 아가씨 종아리처럼 희고 건강하게 자라 싱싱한 어깨를 흙 밖으로 내보이고 있어요. 예예동산 도우미 정숙 자매가 강아지인 은혜와 찬미를 부르는 소리가 마치 요들송처럼 안개 속으로 퍼집니다. 게다가 아침식탁을 준비하던 미셜 자매의 식구들을 부르는 소리가 어우러지니 오페라의 듀오 아리아를 듣는 것 같습니다. 동산지기인 남편이 마지막 알밤일 거라며 실한 밤톨 세 알을 내놓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평화와 기쁨이 모두에게 충만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공동체에 대한 꿈 같은 기도를 시작하면서, 한 편으로는 남남끼리 모여 서로 사랑하며 섬기면서 산다는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기적이고 냉정한 저의 속사람에게 절망하고 있었지요. 또 거의 자폐 수준인 남편의 비사교적인 성격도 걸림돌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성경을 읽을 때마다 공동체로 살지 않으면 우리의 믿음이 한발 더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집 식구들이 모두 같이 살게 된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산을 지키는 은혜와 찬미는 버려져서 굶어 죽어가던 개의 새끼였습니다. 지금은 가장 행복한 개가 되었지만요. 도우미 두 자매님도 그렇고요. 하여간 이 복잡한 구성원들이 지금,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인 양 조용한 평화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답니다.

어제 새벽기도 시간에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2;20)를 읽으며 다시 한번 감격했습니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기쁨으로 서로 종노릇하는 이 평강이야말로 부활하신 주님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요. 약속하신 대로 성령님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시니 이 평강이 계속 지켜질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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