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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제리아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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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프로제리아’라는 불치의 희귀병이 있다. 일명 길포드 신드롬으로 불리는 조로증으로 10세 전후 어린이들이 노화로 죽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어린이들은 10년 남짓한 세월 동안 80∼90세 노인의 생물학적 노화과정을 다 겪고 죽는다. 이런 현상은 비단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한때 우리는 우리사회의 발전 속도에 대해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세계적 사건으로 자평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구 선진국들이 300∼400년에 걸쳐 달성한 근대화를 우리는 30∼40년 만에 이룩했다고 자랑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200∼300년 만에 여성들의 참정권이 보장됐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정치가 시작되면서부터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는 등 발전 속도가 매우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속의 발전은 많은 긍정적 측면과 함께 부작용도 속출시켰다. 곳곳에서 기업문화의 전근대성으로 부의 사유화가 당연시되었고, 환경과 인권 문제를 야기시켰고, 노동운동의 후진성으로 국가 경제발전의 함정이 되고 있다. 시민의 권리는 크게 향상되었으나 권리에 수반되는 의무이행의 소흘로 시민의식이 실종되고, 님비(NIMBY)와 같은 이기주의와 각종 집단간의 이해 충돌로 사회와 국가 공동체성이 위협받고 있다.

교회 역시 이런 조로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성장 동력의 약화 현상이 뚜렷하고 사회적 호감도도 크게 줄고 있다. 교회 내부의 잘못에 대한 사회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고 내부적 갈등도 적지 않다. 이런 과정을 방치하면 교회의 앞날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체의 프로제리아 현상은 아직은 불치의 질병이지만 교회가 경험하는 프로제리아 현상은 결코 불치가 아니다. 원인을 규명하면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 3장에 등장하는 사데 교회는 여러 여건상 가장 좋은 조건을 지닌 교회였다. 이단 침투로 혼란을 겪지도 않았고 황제 숭배자들로부터의 박해도 없었고 경제적 빈곤 상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라는 책망을 들어야 했다. 그 이유를 많은 학자들은 평안함에서 오는 무사안일주의, 영적 긴장감의 상실, 나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세속과 적당하게 타협하고 더 차원 높은 영적 성숙과 교회적 발전을 위해 도전의지를 갖지 못했음을 꼽았다.

현실의 장벽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역사는 늘 퇴보하고 오늘의 번영이 결국은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게 된다. 이제라도 우리가 할 일은 잃어버린 영적 긴장감을 회복하고 끝없는 자기갱신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나타난 프로제리아 증후군을 속히 극복하고 다시 새로운 역사 창조에 함께 나서야 한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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