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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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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연(소설가)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여 ”(시 92:14)

우리나라 인구 열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이라 합니다. 제가 마음 속에 저절로 우러나와 ‘선생님’이라 부를 수 있는 존경하는 분들은 다 70대입니다. 그들의 향기, 믿음, 정신 등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본이 되는 삶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가을이 되어 바람이 거세므로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시월의 나비처럼 되지 말아라. 네 인생의 날이 다할수록 더 높이 날아라.”

제가 좌우명처럼 여기는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여배우인 가브리엘 보시의 영적일기 ‘그와 나’의 한 구절입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속삭이듯 들려준 이 말은 저를 지탱해주는 영원의 손짓 같은 것이지요.

저는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어느 해 크리스마스 때 이 구절을 카드에 써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뒤 어느 모임에서 이 시대를 실천적으로 살아가는 그분을 만났을 때, 환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미래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위를 향해서 살아갈 겁니다.” 순간 그 말은 언약이 되어 저의 몸을 감아버렸습니다. 생명의 길 같은 글에 대한 응답이었으므로 별처럼 빛나는 약속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높이 난다는 것은 추락한다는 말도 되지요. 날다가 떨어지고, 또다시 날다가 떨어지지요. 한번씩 떨어질 때마다 날개며 다리며 가슴이 부서지고 찢어져 피가 흐르지요. 이상과 현실이, 너와 내가 팽팽하게 맞서 싸우다 지칠 무렵 상처투성이 육신으로 일어나지요. 세월은 비웃듯 저만치 물러나 있고, 거울을 보면 어느 때보다 얼굴은 투명하고 마음은 평안하지요. 꽃과 아이들과 정다운 사람들이 있는 이 세상, 원수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싶은 변화된 마음…. 떨어졌다가 다시 파닥거리면서, 영원한 나라를 기웃거리는 몸으로 새로 태어나지요.

남은 생애가 더 빨리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가 강물처럼 들려옵니다. 잿빛의 노년기, 그 적막감 속에서 살지만 자유스럽고 홀가분합니다. 지난날이 통째로 보이는 이 때, 가슴속 꿈을 끄집어 실현시키며 삶의 완성을 향해 나가는 노인은 눈부십니다. 인디안 나바호족의 기도문은 언제 읽어도 힘이 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생기가 넘치게 아름다움의 발자취를 남겨볼까. 아름다움으로 끝이 났네. 아름다움으로 끝이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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