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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님을 믿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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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믿으니 ....

가을은 우리 마음을 어디론가 가져갑니다. 울긋불긋 채색된 단풍의 아름다움과 오곡백과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가지에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낙엽과 모두 다 떠나보내고 앙상하게 남은 나무 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왠지 쓸쓸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몸은 열대의 나라 필리핀에 있지만 마음은 떨어지는 낙엽의 아쉬움과 가을바람 소리를 느끼는걸 보니 이곳에 있어도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며칠 동안 마음이 애잔하여 속으로 울었습니다. 앞길 가누지 못해 삶이 막막한 자식을 이대로 두고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다는 한 노모의 눈에 비친 눈물을 보고 온 이 후로, 덧없이 흘러가는 삶의 세월을 잡아 매 드릴 수 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습니다.

앙상한 가을 나무 가지 만큼이나 뼈만 남은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서는 이제 더 이상 사랑하는 자식의 그늘이 되어줄 수도 없고 기댈 수 있는 언덕도 되어주지 못하는 병든 자신의 몸을 부둥켜안고 마음 아파하는 모정이 나의 가슴을 때렸습니다.

"목사님! 우리 oo를 부탁합니다. 목사님만 믿어요"

멀지 않은 장래에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를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여서인지 목소리는 떨리기까지 했고 눈에 비친 이슬방울이 유난히 슬퍼 보였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제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분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자식 걱정을 다 내려놓고 천국 가실 때는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한다는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계시니 염려하지 말아요"

그는 40대에 홀로 되어 가난하고 험난한 세월을 장애아들을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아들이 성장하고 어른 된 후에도 남들처럼 편안한 안식처에서 효도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가는 것 그 자체를 언제나 곁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들이 안타까워서 무릎 관절이 다 닳아 굽어지도록 일하며 그 어렵고 힘든 시절을 주님을 의지하고 살아왔습니다.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는 기꺼이 아들의 그늘이 되고 도움도 되어주었지만 이젠 몸도 마음도 늙고 지쳐서 그 자신도 쉼이 필요한 때가 되어 더 이상 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우는 그 어머니의 심정이 내 마음에 이입되어 들어왔습니다. 자신의 몸 하나도 가눌 수 없을 만큼 노쇠한 몸을 구푸려 끝까지 자식에 대한 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하나님이 계시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위로하고 기도해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저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크게 다가오는 주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인생들을 향해 그 짐을 친히 짊어지시므로 우리에게는 평안과 쉼을 주실 것을 염두에 두고 하셨던 그 말씀이 왜 제 마음에 그렇게 크게 들려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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