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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준관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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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근 교수(연세대학교 )

노병은 죽지 않는다. 원로는 쉽게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한국 교회를 위해 평생을 몸 바쳤던 노 신학자의 지혜는 총체적 위기론에 사로잡혀 허둥대고 있는 한국 교회를 향해 새로운 결단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진실과 거짓의 가느다란 경계선 위에서 어디로 방향을 틀까 고민하고 있는 이 세대에게 교계의 귀한 스승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으로 우리를 진리의 길로 이끈다. 여기 한국 신학계의 원로이신 은준관의 외침이 있다. 그가 수표교교회 포럼에서 발표했던 글은 2007년 한국 교회를 향한 통렬한 사자후로 일점 손색이 없다. 일부 언론에서 잘못 강조했던 노 학자의 뼈아픈 충고와 조언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은준관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 교회사적 무게는 논외로 하자. 정동교회를 담임하였고 연세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 교수로서 후학들에게 큰 영향력을 남겼던 그는 이론과 실제를 모두 아울렀던 목회자요 신학자였다. 지금도 전화를 올리면, "은준관 목사입니다"라는 바리톤 음성이 전화선을 타고 묵직하게 흐른다. '은준관 박사'도 아니고 '은준관 총장'(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도 아니다. 그는 까마득한 제자인 필자에게 지금도 은준관 목사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은준관은 말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매우 심각한 신학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그의 지적은 나는 무조건 맞고 너는 무조건 틀렸다는 풋내기 학자의 오만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에 반듯한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 배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젊은 시절을 바쁘게 보냈던 노 신학자가 한국 교회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품은 채 간절한 호소를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 존재양식과 존재이유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분석의 핵심이다. 한국 교회의 존재이유는 교회당 건축도, 고도로 발달된 행정 시스템도, 훈련된 성직자의 지도력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 비친 한국 교회는 운영의 수단이 존재의 목적으로 통째로 바뀌어버린 중대한 신학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노 학자는 점잖은 학문적 표현으로 '교회론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분석할 뿐 아니라 "한국 교회가 엄밀한 의미에서 사기 행각을 자행하고 있다"며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놓고 있다. 은준관이 지적한 한국 교회에서 횡행하고 있는 사기행각에는 목회자의 성공신화, 대형교회의 꿈, 세습, 교단정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은준관은 우리에게 교회의 존재이유를 회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니, 교회는 존재양식일 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회의 위기론에도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하나님의 나라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교회의 위기론, 그 자체까지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은준관은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회의 교회 됨을 회복하여 교회의 존재이유로 돌아서는 일이라고. 원로는 정말 쉽게 사라지는 법이 없다.

노병은 절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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