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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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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애(화가)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찌니라"(눅17;10)

가을걷이가 한창인 이즈음,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실레마을 들녘에서는 종일 땡볕 아래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팔십은 넘었음직한 노인들이 많답니다. 몸집이 한줌이나 될까 싶은 자그마한 노인들이 검게 그을은 낯빛으로 곡식을 털고 있는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지요. 돈도 되지 않는 농사를 짓고 정성껏 갈무리하는 그들은 거둔 것의 절반도 먹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평화롭기 그지없지요. 우리 예예동산에서도 봄부터 이것저것 많이 거두었지만 우리가 먹은 것보다 나누어 준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나줘주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프랑스에 갔을 때, 밀레의 '만종'에 그려진 바르비종 들판에 서 보았습니다. 그림 속에는 두 농부가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고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 멀리서 추수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은은한 저녁 종소리가 들릴 것 같았습니다. 그림에는 지평선 가까이 흐릿하게 교회가 지어져 있는데 실제는 없답니다.

프랑스에서 사역하고 있는 박신호 선교사는 그 자리에 한국인의 손으로 미술관교회를 세우려는 꿈을 품고 있답니다. 화가인 그는 유럽 전역으로 초청받은 전시회를 위해 그림을 싣고 다닙니다. 시각예술이 복음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바르비종 들판에 미술관교회를 짓는 일을 알리기 위함이지요. 솔직히 어떤 때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온 가족은 이 사역을 위해 기꺼이 일해오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예예동산의 일도 끝이 없답니다. 지치고 피곤한 이웃이 찾아오셔서 쉼을 누리고 회복되어 새로운 꿈을 찾게 해드리기 위해서 저는 정갈하게 정리된 깨끗한 집과 맛있는 식탁을 준비하지요.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랍니다. 늘그막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혀를 내 두르는 친구들도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죽는 날까지 하나님이 주신 사명 앞에 깨어있고 싶은 저의 꿈을 어쩌겠습니까. 고단한 몸을 잠자리에 누일 때의 그 아늑한 만족감은 노동이 주는 또 다른 기쁨입니다. 주신 사명에 사로잡혀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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