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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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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교회 손달익목사

여느 해보다 유별나게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벌써 10월을 맞았다. 길가의 가로수들이 머지않아 노란 황금색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고 곧이어 낙엽이 되어 흩날리게 될 것이다. 계절은 한 치 어긋남 없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가 또 미련 없이 떠나가면서 우리 삶의 지독한 냉정과 원칙을 교훈해 준다. 오늘 아침 낙엽을 생각하다가 세례 요한을 생각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쇠하여져야 할 존재임을 스스로 말하면서 한 가닥 낙엽처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땅 위에 떨어졌다. 그의 생명은 낙엽더미가 거름이 되어 나무를 살려내듯, 역사를 살려내고 신앙과 양심을 살려내면서 하나님 나라의 결실을 보게 했다. 사람의 삶은 누구의 것이든 종말이 있기 마련이고 그 종말은 후세를 위한 자양분이 되고 다음의 역사를 잉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삶 못지않게 죽음도 의미 있고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최고 회계법인인 KPMG의 CEO였던 유진 오켈리는 20대 초반에 회계사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탁월한 경영인이었다. 그는 18개월까지 일정을 확정하고 있을 만큼 분주했고 매년 24만㎞를 여행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그는 2005년 5월 나이 53세에 말기 뇌암 선고를 받았다. 최고 경영인이 된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었다.

예정된 죽음 앞에서 그는 비관하고 분노하는 대신 남은 시간을 잘 보내기로 결심했다.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로 한 그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 1000여명을 만나 식사를 하고 대화하면서 이별예식을 치렀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보여준 그는 90일간의 투병을 마감하고 눈을 감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기록 '인생이 내게 준 선물'은 우리에게 치열한 삶과 멋진 종말을 통해 한 개인의 생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사람의 삶은 누구나 예정된 종말을 향해 중단 없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는 매일 매일이 종말이며 순간순간이 생의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이제 짙어가는 가을을 맞으면서 좀더 행복해지는 자신과 나로 인해 행복해져야 할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삶을 꿈꾸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내 삶이 낙엽처럼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떨어지고 썩어가야 할 존재인 것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가을엔 예수님처럼 사랑을 하고 요한처럼 기꺼이 낙엽 될 준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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