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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풍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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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

소풍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산과 들로 나가서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까먹으며' 보물찾기를 했던 소풍길에 대한 아련한 추억. 세월이 지나면서 마음은 딱딱해지지만 그 소풍길의 추억들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소풍길의 친구들은 모두가 좋았다. 함께 놀면 언제나 흥겨웠던 친구들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창천동 민들레영토 신촌점에서는 '인생 소풍길 희망, 나눔 콘서트'가 열렸다. 신자와 비신자 상관없이 여러분들이 모였다. 각계 각층의 내로라 하는 명사들이 참석했다. 감동과 웃음, 격려가 있는 유쾌한 모임이었다. 민들레영토 사장 지승룡 목사,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 하이패밀리의 송길원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 박성민 목사. 이들은 자신들을 '바람난 목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는 "나는 바람 안난 목사"라고 말해 좌중이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물론 오직 복음 전도를 위해, 비신자들과의 접촉점 마련을 위해 헌신하자는 의미에서 '바람난 목사'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바람난 목사'들이 주도한 소풍길은 흥겨웠다. 학창시절의 소풍은 일종의 일탈이었다. 교정을 벗어나니 모두가 자유로웠다. 반드시 화투짝을 준비해 온 친구며, 살짝 막걸리며 소주를 가방에 숨겨온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은 소풍날만큼은 제자들의 작은 일탈을 묵인해 주셨다. 세월이 지나면서 교정에서 공부했던 일들은 희미해진다. 그러나 소풍길의 추억들은 새록새록 돋아난다.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업적과 공로가 아니라 참된 관계야말로 인생을 빛나게 해주는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님 역시 업적지향적인 분이 아니셨다. 우리의 수많은 일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관계지향적이신 분이셨다.

민들레영토의 소풍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격동의 세월을 지내왔던 분들이었다. 지금은 소위 성공했지만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성공했어도, 유년기의 아스라한 추억에 가슴 저려하는 분들이었다. 모임을 끝내고 집에 가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교회 청년부 시절의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오래 모이지 못했구나. 우리도 소풍 모임 한번 해 보자." 민들레영토의 소풍 모임은 사라진 것 같지만 내 마음 속에 생생한 지난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냈다.

'소풍 목회'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았다. 매 주일 교회가는 길이 소풍길과 같다면….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소풍의 프로그램과 같이 유쾌하고, 격정적이라면…. 소풍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같이 창의적이고 기발하게 예배를 준비한다면…. 교회 내 교우들이 환하게 웃으며 소풍길을 떠나는 벗과 같이 지낼 수 있다면….

민들레영토의 모임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로 유명한 문애란 웰콤 기획위원이 천호균 쌈지 대표를 소개했다. "함께 놀면 언제나 좋은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목회자, 당신은 지금 성도들로부터 '함께 놀면 언제나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가. 주일마다 교우들에게 멋진 '영혼의 소풍길'을 제공해 주고 계신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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