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김성수 창작 소설> 새벽의 살인 - 5회

첨부 1


          
나는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접고 한숨을 쉬었다.

"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
박 기사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또 부르실 겁니까? "

" 확답은 못드리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
박 기사 또한 한숨을 쉬고는 쇼파 쪽을 바라봤다. 부인이 자리에서 말없이 일어났다.

" 그럼 가보겠습니다. "
반장은 박 기사와 부인을 따라 문 앞까지 나갔다. 그들이 택시를 잡아타는 모습을 보며 반장이 입을 열었다.    

" 저 놈이 범인이라면 네 번째 사건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자신이 범인으로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을 알테니까. 문제는 물증이야. 냄새만 강할 뿐이지 그게 없어.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아. "

호랑이는 먹이를 잡기 전에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기회를 엿보다가 이때다 싶으면 단번에 먹이감의 허를 친다. 반장의 모습이 지금 그렇다.

" 여자와 무슨 얘기를 하신 겁니까? "

" 자네 피해자들이 손에 쥐고 있던 동전에 새겨진 연도 확인해 봤어? "

" 연도요? 연도가 무슨 사건과 연관성이라도 있습니까? "

"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구. "
반장은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고는 박 기사 부인이 앉았던 쇼파를 바라봤다.

" 첫 번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박정필의 손에 쥐어진 동전이 1993년도 동전인 것을 확인했었어. 그런데 두 번째 사건이 터졌을 때도 똑같은 연도의 동전이 쥐어져 있더군. 그래서 세 번째 사건이 터졌을 때 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동전의 연도부터 확인했었어. 그런데 그때는 1960년도 동전이 쥐어져 있길래 혼란스러웠지. "

" 그게 여자와의 대화에서 무슨... "

" 박 기사와 그 여자의 결혼한 연도가 1993년도 라는군. "
나를 쳐다보는 반장의 눈빛은 강렬한 맹수였다. 금새라도 덥칠 듯한 사나움.

" 그렇다면 1960년도는요? "

" 박 기사가 태어난 연도야. "
난 즉시 자리로 가 범인이 보낸 편지를 집어 들었다.

" 혹시 여자에게 종교가 무엇인지는 물어보셨습니까? "
반장은 슬며시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 김 형사 역시 짬밥 그냥 먹은 게 아니구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기독교라면 심증은 더욱 굳어지는 거지. "
내가 수화기를 집어드려는 찰나 윤 형사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 뭐 잡히는거 있었나? "
윤 형사는 냉온수기 앞에 가서 물부터 들이켰다. 허탕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 박 기사가 사는 곳이 J동입니다. "
J동이라면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났던 오락실이 있는 곳이다.

" 박 기사 집과 가깝던가? "

" 예, 걸어서 10분 거리였습니다. "

" 김 형사! 윤 형사와 당장 잠복 들어가. 만약 물증 잡히면 덥치지 말고 제일 먼저 나한테 연락해. 핸드폰 밧데리 방전 조심하구 말야. "  

반장의 지시에 윤 형사는 차를 대기시키려 뛰어나갔고 난 편지와 사건 수사 보고서를 챙기며 출동을 서둘렀다. 지금 시간이면 박 기사와 부인은 집으로 귀가했을 것이었다. 박 기사가 범인이고 네 번째 범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잠복 수사에서 충분히 그 기미는 눈치 챌 수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오래 동안 끼여있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 어둠의 터널을 달려와 세상의 빛을 보는 기분.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너무 오랜 동안 어둠 속을 달리다 갑작스레 빛을 보게되면 운이 없을 경우 눈까지 실명되는 법이다.          



  잠복 4일째. 새벽이다. 새벽의 앞은 아침이고 뒤는 밤이다. 밤새 숨가쁘게 달려온 아침 햇살이 곧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산 위에 걸린 구름을 말아 올리고 어둠을 깨우는 신호탄. 그것이 바로 새벽이다.

" 무정자증인데 여자가 임신한걸 보면 인공 수정이겠죠? "  
잠을 깨려는 윤 형사의 의도가 엿보인다. 신참 형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근무는 잠복이다. 차안에 가만히 앉아 한시도 긴장을 풀면 안되는 고독한 싸움. 거기에 잠이라는 욕구가 합세하면 정신적 고통은 극에 달한다.    

" 이거 씹어. "
껌을 하나 건냈다.

" 무정자증이니 인공 수정 밖에는 방법이 없겠지. 윤 형사 지금 결혼 2년 차지? 3년만 넘어가봐. 자식 낳지 않고는 그 짓도 지겨워서 못해. 그러니 그 놈이 티켓다방에 자주 들락거리는 것일게야. "
윤 형사가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 피곤하군요. 근데 박 기사가 범인이라면 왜 죽였을까요? "

" 글쎄, 나도 그게 의문이야. "
윤 형사가 종합한 사건 정황들을 살펴보면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대는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그리고 6일 간격의 연쇄살인이었다. 또한 범인은 꼭 동전을 남겨두었다. 지금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박 기사. 하지만 물증이 없다. 잠복 4일 동안 얻은 것이라고는 박 기사가 무정
자증이라는 것뿐이었다.    

" 저기 저 사람은 누구죠? 집에서 나오는데. "
부인이 대문을 나와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 지금 몇 시지? "
난 윤 형사가 답변하기 전에 먼저 시계를 보았다. 4시 47분.

" 박 기사 부인이야. 시동 걸어. "
부인은 큰 길목으로 빠져나가 신호등 앞에 섰다.

" 노란 불 켜지면 도로 진입해서 횡단보도 앞에 차 세워. 여자가 눈치 채지 않게 조심해. "
차창에는 썬팅 처리가 되어있었지만 잠복을 들켜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노란 불이 켜지자 윤 형사는 천천히 도로로 진입해 빨간 불이 켜지자 횡단보도 앞에 섰다.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졌다. 여자가 길을 건넜다.

" 손에 들고 있는게 뭐죠? "
윤 형사와 난 부인이 왼손에 들고 있는 그것에 시선을 맞추었다. 어둠이 깔린 새벽이라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가로등 불빛이 있었지만 확실한 식별은 불가능했다.

" 제기랄. 임신했다는 여자가 새벽부터 뭐가 저리 급해. "

" 뭔지 보셨어요? "

"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무언지 짐작이 가는게 있긴 해. "

" 짐작 가는 거라니요? "
삐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반장이었다.

" 잠깐만. 예, 김 형사입니다. 뭐라구요? 지금 곧바로 가겠습니다. "

" 반장님인가 보죠? "

" 우선 서로 가자구. 철수하라는 반장님 지시야. 덜미가 잡혔대. "
철수라는 말에 윤 형사가 신이 난 듯 기아를 넣었다. 잠복이 있으면 철수가 있다. 그게 새벽과 잠복의 공통점이다. 새벽 앞에 아침이 있으면 곧바로 새벽의 뒤인 밤이 돌아오듯. 잠복 앞에 사건이 있고 잠복 뒤에 철수가 있다. 일어나 새벽을 깨우리라.    



6회 예고)

반장은 왜 철수를 지시한것일까. 그리고 덜미가 잡혔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박기사 부인이 들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사건은 해결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