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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내 쌀집과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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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형 전문기자 (국민일보)

#교회내 쌀집 :

어느 교회에 쌀가게가 있었다. 교회내 쌀집은 철저하게 교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었다. 쌀은 누구나 먹어야 하는 곡식이다. 문화적 변혁의 시대에 교회는 성도들의 필요를 적절하게 채워줘야 했다. 마침 교회에는 쌀가게를 하는 성도가 있었다. 그 성도는 “내가 교회를 위해 봉사하겠습니다”라면서 일반 쌀집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성도들에게 쌀을 공급해줬다. 교회내 쌀집은 주일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성도들은 ‘쌀값 싸서 좋고 성도를 도와줘서 좋고’라면서 교회내 쌀집을 환영했다. 봉사하기 위해서 교회에 쌀가게를 열었던 성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내 ‘쌀장사’가 봉사 뿐 아니라 실제적인 이익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워낙 많은 사람이 쌀을 구매해 싼 가격에 팔아도 수입이 괜찮았다. 신실한 성도였던 이 쌀가게 주인은 수익의 상당부분을 선교헌금으로 냈다. 모두 교회내 쌀가게야말로 현대 목회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 교회의 ‘성공적인’ 사례를 본 이웃 교회에서도 교회에 쌀가게를 만들어서 교인들에게 싼 가격으로 쌀을 공급했다.

교회에서 쌀가게를 만들어서 성도들에게 판매하자 교회 앞 쌀집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비싼 임차료를 내면서 장사하다보니 도저히 교회 쌀가게와 경쟁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나둘씩 쌀집이 문을 닫았다. 물론 그럴수록 교회 쌀가게는 더욱 번창하게 됐다. 교회 앞 쌀집 주인들은 가게문을 닫으면서 “저 교회 때문에…”라면서 한 마디씩 했다.

#교회내 서점 :

교회마다 서점이 있다. 이제 ‘교회내 서점’은 보편화된 현상이다. 새로 건축하는 교회에서 서점과 카페는 기본이다. 교인들은 교회내 카페에서 싼 가격으로 커피를 마시고 서점에 들러 신앙서적을 산다. 성도들은 굳이 일반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회내 서점을 환영한다. 그러다보니 몇몇 교회에 있는 ‘교회 책방’은 일반 서점보다 훨씬 더 판매량이 많다. 출판사들도 교회내 서점을 환영한다. 교회내 서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사이에 교회 앞 일반 서점들은 타격을 입었다. 교회 성도들을 바라보고 신앙서적들도 가져다놓았지만 도무지 팔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지면서 결국 교회 앞 서점은 간판을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교회가 어떤 경우에도 차릴 수 없는 술집이 들어섰다. 간판을 내리면서 서점 주인은 “저 교회 때문에…”라고 한 마디 했다.

교회내 쌀집은 가상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어느 교회에서도 교회에 쌀집을 열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교회내 서점은 한국 교회에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교회내 카페도 마찬가지다. 교회내 서점과 카페의 긍정적 측면은 너무나 많다. 교회내 카페와 서점은 비신자들을 교회로 오게 하는 접촉점 역할을 한다. 성도들도 교회내 서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교회에 쌀가게를 만든다면 아마 뜻있는 성도들은 ‘그럴 수 있느냐’고 반발할지 모른다.

본질적으로 서점이나 쌀가게나 마찬가지다. 교인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에 나가는 성도들의 편의를 위해서 교회에 환전소를 만들 수도 있다. 성경을 보자.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자를 내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고…”(마 11:12) 교회 문화란 이름속에서 잃어버린 가치는 과연 없는가 생각해볼 때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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