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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G-20후 얻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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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후 얻은 교훈 

- 이원영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지난해 G20 재무장관 회의를 주재한 윤증현 장관과 이창용 G20기획조정단장의 후일담이 화제다. 특히 자녀 영어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부모들이라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대목이 있다.

두 사람은 한참의 후일담 끝에 “영어만 잘해선 소용없다”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학을 영어로 유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인재를 국내에서 부모 밑에서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토종 영어인재’ 육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장관은 “영어를 잘하는 해외 교민을 고용했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과 어떤 업무를 능동적으로, 창의적으로 잘 수행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 밑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국 역사와 사회에 대한 풍부한 식견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또한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시민의식과 인내심, 배려심을 가진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 슬하에서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또한 영어로 외국 장관들과 대화를 해 보니 굳이 고급영어여야만 통하는 게 아니고, 자신감과 배짱,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콩글리시여도 충분하더라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나도 1968년 미국에 유학 갔을 때 같은 것을 느꼈다. 당시 나는 동네에 한인교회가 없어 미국인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창고교 전영창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설교를 하셨다.

그분의 영어는 확실한 콩글리시였다. 나는 혼자서 ‘알아들을 수 없다고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내 걱정과는 달리 교인들은 감동을 받고 있었다. 전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의 상황, 공부를 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젊은이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떻게 시골 학생들에게 하나님을 알게 하며 교육하는지를 영어 단문과 가장 쉬운 단어들로만 전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설교를 들은 교인들은 감동을 토로하며 “한국 학생들을 위해 헌금을 하겠다”고 해 그 자리에서 상당한 금액을 모아 전달했다. 후에 만난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해도 다 알아들어. 내용이 중요해. 자신감과 열망이 중요하지”라고 하셨다.

문제는 이런 자신감, 배짱, 진정성, 책임감, 노력하는 태도 등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와 교사가 매일 아이들을 관찰하며 일깨워 줘야 깨알만큼씩 생겨난다. 어려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보다도 몇 배나 힘들고도 중요한 과정이다.

만일 부모가 유아기 자녀에게 그 나이에 해야 마땅한 인성교육을 충분히 하면서, 자신감과 무언가를 배운다는 데 대한 순수한 기쁨과 열의를 해치지 않으면서, 생활과 경험 중심으로 즐겁게 조기 영어교육을 할 수 있다면 굳이 비판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중 어느 하나라도 희생시키면서 영어교육을 우선시하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아쉬운 것은 자녀가 잘못된 다음에야 후회를 하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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